글로벌 경기 침체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살림살이도 한층 팍팍하게 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이끄는 주력 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면 이들과 생태계를 공유하는 협력업체는 물론 ‘낙수효과’를 노리는 소비재 업체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주력산업 불황에…중견·중기도 '시련의 봄'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원익IPS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123억원으로 작년 1분기(221억원)보다 44.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신규 투자를 줄인 여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 기업 중 작년보다 실적이 개선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테크(-67.0%)와 AP시스템(-11.3%) 등 다른 장비 업체들도 영업이익이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점도 중견·중소기업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직접 수출을 하지 않더라도 수출 대기업의 일감이 줄면 간접적으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2월 한국 수출은 85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줄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며 “수출 감소는 가동률을 낮춰 기업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비제조 중견·중소기업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카지노 및 리조트 업체인 파라다이스는 올 1분기에 겨우 적자를 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1분기 48억원의 흑자를 낸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크게 나빠진 셈이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내수 경기 악화로 리조트 방문객도 기대에 못 미친 게 영향을 미쳤다. 게임업체 웹젠(-46.3%), 바이오기업 메디톡스(-13.7%) 등도 올 1분기에 고전한 것으로 관측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