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로 고가 아파트 공급도 줄어
고액자산가들 소수의 고가 아파트도 더욱 집중
심형석 미국 SWCU대학 교수는 13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규제가 심해지면서 공급과 거래가 줄었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수의 고가 아파트만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상위20% 아파트의 가격은 지난 2년간(2017년 2월~2019년 2월) 24.35% 오른 반면, 하위 20%는 오히려 4.59% 하락했다. 올해 2월 현재 전국의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272만원인데 비해 5분위(상위 20%)는 6억9093만원에 달한다. 5억7821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지역별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다. 서울의 경우, 지난 2년간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고가아파트 상승률은 더욱 두드러졌다. 상위 20% 아파트 가격은 지난 2년간 36.87% 상승했고, 하위 20%는 25.42% 오르는 데 그쳤다. 집값 차이는 10억원이 넘어간다. 2월 현재 서울의 1분위 아파트 가격은 3억5322만원인데 반해, 5분위는 무려 16억1690만원에 달한다.
서울 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있는 지역과 가장 저렴한 아파트가 있는 지역을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상위 10개 동의 아파트 단순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44.09%에 달했다. 그러나 하위 10개 동의 아파트 단순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12.93%에 그쳤다. 하위 10개동 중 구로구 가리봉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26.61%로 그나마 높았지만, 이는 상위10개 동중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강남구 압구정동(32.09%)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방광역시에서는 흐름 자체가 달랐다. 고가 아파트는 상승한 반면, 저가 아파트는 하락했다. 5대 광역시의 지난 2년간 1분위 아파트값은 0.66% 내렸고, 5분위 아파트는 8.04% 상승했다. 이러한 패턴은 부산을 제외하고 모든 지방광역시가 동일한 현상을 나타냈다.
심 교수는 "분양가규제를 통해 고가주택의 공급을 막았음에도 고가주택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이는 가격 규제보다는 적정수준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적절한 대책이라는 반증이다"라고 강조했다. 고급주택 공급을 늘려 수요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민간부문의 규제를 없애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실시한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고가주택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주택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거의 없다보니 상위권의 상승세만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최근 3년 사이 일반분양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한 고가주택은 서울 성수동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유일했다. 단지 내에서도 30억원이 넘는 가구 수 또한 119가구에 불과한데, 이는 서울 일반분양 가구 수의 0.3%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심 교수는 "부자들이 늘고 있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패턴이 양극화 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도 이러한 현상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명품매출 비중은 20%에 육박하는 현상과 저렴한 제품을 파는 다이소의 국내 매출이 2조원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이러한 패턴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 집중도는 2016년 기준 43.3%로 1996년(35%)에 비해 8.3%p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한국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개인)는 2016년에는 24만2000명 정도였지만, 2017년에는 27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