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시장은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폭락을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크게 서울·수도권과 지방을 나눠서 봐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조정을 받고 있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서울의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가 늦어 공급이 지연되는 곳이 많고, 인구밀도와 주택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도권은 전세가율이 70% 이상을 기록하는 곳이면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방은 분양물량이 쌓이는 등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인구밀도 높은 서울, 수요 탄탄해”

"서울 부동산시장 조정받고 있지만 대폭락 우려할 수준 아니다"
조 연구원은 최근 8년간 마케팅팀에서 부동산데이터에 몰입한 빅데이터 전문가다. 직접 개발한 ‘전국 시군구 대상 유망 사업지 예측 시스템’을 토대로 분석 업무를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를 출간했다. 중산층 가계부채, 청년 취업자 수, 경제정책 불확실성 등 경제지표까지 포함한 부동산시장 전망이 신뢰도를 높였다. 대우건설은 주택공급 7년 연속 1위 기록을 세웠다.

조 연구원은 “정부가 양도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으로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한 상태에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탓에 서울로 자금이 모여들었다”며 “지난해 서울 집값이 급등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주택수급과 관련해 “당장의 공급-수요보다 중장기적인 인구밀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2015년 기준 1만6304명/㎢로 부산(4479명/㎢)의 3.6배, 경기(1225명/㎢)의 13.3배다. 강원(90.2명/㎢)과 비교하면 최대 180.8배다. 서울의 주택시장은 공급-수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서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깨지고 인구수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인구밀도는 최고 수준”이라며 “인구가 소폭 줄었다고 해서 서울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서울은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가 늦고, 재건축 일반분양도 미뤄지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하기 때문에 공급을 빨리 할 수 없는 구조”라며 “3기 신도시도 일러야 2021년에 분양하고 2023년이 돼야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때까지 서울은 공급 부족이 이어져 급격한 폭락장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출금리 4.5% 넘으면 미분양 급증

조 연구원은 지방 부동산시장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부산은 분양물량이 쌓이고 있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무주택자들은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노려봐야 한다고 조 연구원은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특히 집값의 안정성을 판단할 때 전세가율을 보라고 추천했다. 그는 “통상 전세가율이 70%를 넘기면 안정적이라고 본다”며 “공급 물량이 많아도 전세가율이 높으면 타격이 작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2000가구 넘게 입주하는 곳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전략에 대해 그는 “현재 정부는 무주택자에게 문을 열어놨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열려 있고,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도 더 넓혔다”며 “또 분양가가 시세 대비 80%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만약 청약가점이 낮다면 GTX, 신안산선 등 굵직한 교통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위주로 저평가된 주택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경계해야 할 리스크로는 금리를 꼽았다. 그는 “통계적으로 한국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가 4.5% 수준을 넘어서면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급증했다”며 “올해 1월 현재 대출금리는 3.58%로 지난해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경기 및 국내 통화정책으로 인해 금리가 4%를 초과한다면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일 모델하우스 집객 통해 분양 흥행 예상”

조 연구원은 분양 단지 흥행 여부도 빅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가장 첫 번째는 모델하우스 집객이다. 이벤트가 있거나 상품 때문에 방문하는 ‘가수요’가 많은 주말 동안 집객 수가 아니라 평일에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오는지가 실제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말 동안 온 분들의 3분의 1 정도만이라도 월요일날 방문하면 이 분양 현장이 잘 되겠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서 “특히 비가 오는 날임에도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등 관람객이 많다면 관심도가 정말 높은 단지”라고 덧붙였다.

또한 특별공급 접수가 많이 된 분양 현장도 분양 흥행이 예상된다. 특별공급 청약이 일생에 한 번만 가능해지면서 ‘절대반지’를 보유한 특별공급 대상자들이 단지 선택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특별공급의 타입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일반공급에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별공급에 접수가 많이 된 타입은 일반 청약에서도 인기가 많고 1순위에 마감될 확률이 높다”면서 “이걸 역으로 생각해 특별공급 경쟁률이 낮은 타입을 공략하는 것이 로또 분양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비법”이라고 전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