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서 통관·관세신고 절차 면제
일부, 밀수 증대 우려…英 "특수상황 반영한 일시조치"
英, '노 딜 브렉시트' 시 1년간 수입품 87% 무관세 적용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가 발생할 경우 영국 정부는 수입품 87%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엄격한 통행·통관 절차)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관 및 관세신고 절차를 면제하기로 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노 딜' 브렉시트 관세율 및 통관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영국은 EU의 회원국으로서 상품과 재화, 노동, 자본이 아무런 장벽 없이 왕래하고 있으며 EU가 비회원국들과 체결한 무역협정에서도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별도의 통상 합의 없이 예정대로 오는 29일 탈퇴하면 다른 국가들과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부과받게 된다.

이번 계획은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경우 1년간 잠정적으로 적용된다.

영국 정부는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수입액 기준으로 무관세 품목을 현재 80%에서 87%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EU로부터의 수입품은 100% 무관세지만 새 계획 하에서는 82%만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EU 외 국가의 경우 현재 56%의 품목만 관세를 내지 않지만 '노 딜' 브렉시트 이후에는 92%가 무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영국 정부가 무관세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해 파운드화 가치 하락, 각종 수입비용 증대가 발생하면 영국 내 물가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농가 보호 차원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각종 유제품 등에 대한 관세는 계속 부과하기로 했다.

수입차에 대한 관세 역시 부과되지만, 영국 내 자동차 제조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은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값싼 수입품 공세로부터 도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부과도 예정돼 있다.

로이터 통신은 그러나 영국의 무관세 품목 확대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수입품과의 경쟁에 직면할 수 있으며, 향후 제3국과 무역협정 협상을 진행할 때 지렛대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관세율과 함께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 영국이 EU 회원국에서 탈퇴하더라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의 국경에서 새로운 통관 및 관세신고 절차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英, '노 딜 브렉시트' 시 1년간 수입품 87% 무관세 적용
엄격한 통관 및 통행 확인 절차를 의미하는 '하드 보더'는 그동안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쟁점이 돼 왔다.

양측은 이 같은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영국과 EU가 별도 미래협정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를 넣었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별도 종료 시한이 없어 영국이 영원히 '안전장치'에 갇힐 수 있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중순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첫 승인투표에 이어 지난 12일 열린 제2 승인투표 역시 큰 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 및 관세신고 절차 면제로 인해 밀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이번 조치는 북아일랜드의 독특한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일시적으로, 짧은 기간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아일랜드는 이같은 영국 정부의 계획이 미봉책에 불과해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영국 정부의 계획은 북아일랜드를 나머지 영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하는데, 이 경우 북아일랜드가 유럽 단일시장으로 접근하는 뒷문(backdoor)이 될 수 있다"면서 "수주 이내에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통관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결국은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던 '안전장치'(backstop)와 유사한 협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