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안건이 13일(현재시간) 영국 하원에서 가결됐다. 영국 하원은 14일 브렉시트 시행일(3월29일)을 연기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이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20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브렉시트 시점을 6월말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말해 브렉시트 시행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하원은 이날 찬성 312표, 반대 308표로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출한 영국 정부 결의안의 내용을 바꾼 의원 수정안이다. 정부 결의안에선 노딜 브렉시트 제외 시점을 오는 29일까지로 특정한 데 비해 이번 수정안에선 “하원은 언제 어떤 경우에도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것을 거부한다”고 적용 시점 범위를 넓혔다.

수정안을 반영해 만든 영국 정부의 새로운 결의안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321표, 반대 278표로 가결됐다. 당초 대다수의 의원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집권 보수당이 이날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찬성과 반대의 표 차이가 예상보다 적었다. 보수당 의원들 대부분이 메이 총리 뜻대로 EU와의 협상 전략 차원에서 노딜을 포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동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안건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른바 정치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표결이 끝난 뒤 “영국과 EU가 합의하지 못하면 EU 법적으로 노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14일 예고한 대로 EU 탈퇴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표결하겠다”며 “오는 20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브렉시트를 6월말까지 연기하겠지만,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더 길게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만약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5월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도 상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몰트하우스 절충안’을 수정한 ‘관리된 노딜’ 안건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164표, 반대 374표로 부결됐다. 브렉시트 시기를 오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장하고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몰트하우스 절충안은 보수당 내 EU 탈퇴 지지세력과 잔류 지지세력이 공동으로 추진한 안건이다. 이 논의를 주도한 킷 몰트하우스 주택담당 부장관의 이름을 따 몰트하우스 절충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