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하락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나친 겸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확보된 수주 규모만 봐도 제시한 전망치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세와 더불어 올 1월 발표된 연간 실적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 올해 신규 수주 6조6000억원,매출 6조2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의 연간 전망치를 제시했다. 신규 수주는 2018년 9조2000억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관련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최근 3개월간 19.6% 급락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과 비교하면 22.0%포인트 더 낮았다.

그러나 수주 전망치는 회사 측에서 보수적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은 크게 석유·가스 관련 공장을 짓는 화공과 그밖의 산업용 공장을 구축하는 비화공 부문으로 나뉜다. 대부분 그룹 계열사 물량으로 이뤄진 비화공 부문의 신규 수주는 2015년 이후 꾸준히 연평균 3조6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수주 전망치 절반에 해당하는 3조원 수준의 물량은 이미 확보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외 수주는 주로 화공 부문에서 이뤄진다. 화공 부문에서 절반만 확보하면 연간 목표를 충족하게 된다. 이미 상반기에 발주가 예상되는 해외 프로젝트 가운데 수주 가시성이 높은 프로젝트만 2조5000억원 규모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알제리 HMD 정유시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로이스트(최저가 입찰)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수주가 유력하다. 1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 PTTGC 에탄 크래커 역시 벡텔과 함께 시공사로 이미 선정된 상태에서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 상반기에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유전개발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방대해 일정 부분의 수주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예정된 우즈베키스탄 비료공장, 아제르바이젠 석유,이집트 ERP PDH, 베트남 하수처리시설 등도 대부분 삼성엔지니어링이 과거 수행한 프로젝트와 유사해 수주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배럴당 40달러까지 급락했던 유가가 50달러선을 회복한 점도 삼성엔지니어링에게 희소식이다. 발주 지연 및 취소에 대한 우려가 감소해서다. 건설업종이 유가와 연동성이 높은데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해외 수주의 민감도가 높아 유가하락의 타격이 큰 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연구원은 "유가가 2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지 않는 이상 투자 흐름은 변하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링의 올해 연간 신규 수주액은 7조3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회사가 제시한 전망치를 7000억원 초과한 수치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 간 수주실적과 현지 시공 경험이 향후 이어질 발주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흥국증권은 전망치를 더욱 높게 잡았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알제리 HMD 외에도 사우디마르잔, 미국 PTTGC, 현대케미칼 등 상반기에만 화공 부문에서 3조9000억원의 수주를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 수주 7조8000억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