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장 6700개…74년 역사 SPC그룹 이젠 '세계의 제빵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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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SPC그룹
1945년 황해도'상미당'이 시작
SPC그룹 연 매출 6조원
R&D에 아낌없이 투자
1945년 황해도'상미당'이 시작
SPC그룹 연 매출 6조원
R&D에 아낌없이 투자
전 세계 곳곳에서 6700여 개 제과점을 운영·관리하는 한국 기업이 있다. 빵만 파는 게 아니다. 커피 아이스크림 도넛 햄버거도 판다. SPC그룹 얘기다.
SPC는 그룹명보다 파리바게뜨로 더 유명하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도 있다. 햄버거집인 쉐이크쉑의 한국 매장과 싱가포르 매장도 SPC그룹이 운영한다. SPC라는 이름이 덜 알려져 있는 건 전국에 산재한 매장에 기업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SPC라는 기업명은 ‘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ines’의 앞글자를 따서 2004년 탄생했다. 그 이전엔 태인샤니그룹이었다.
SPC그룹의 주력은 파리바게뜨다. 전국에 매장이 3420여 개 있다. 2위인 뚜레쥬르(1320여 개 매장)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회사다. 파리바게뜨는 더 고급 빵을 파는 파리크라상도 보유하고 있다.
○74년 전 작은 빵집이 매출 6조원 그룹으로
SPC그룹의 시작은 작은 빵집이었다. 고(故) 허창성 SPC그룹 명예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상미당’이 효시다. 해방 후 혼란스러웠던 1948년 허 명예회장은 월남, 현재 방산시장 부근인 서울 을지로4가에 자리 잡고 다시 상미당 문을 열었다. 이듬해 ‘무연탄가마’를 개발해 빵을 만들었다. 빵이 열기를 골고루 받으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가게는 번창했다.
작은 빵집이 기업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건 1959년이다. 서울 용산에 ‘삼립제과공사(현 삼립식품)’를 설립하면서다. 이후 유통기한이 긴 비스킷을 전국에 유통시키며 사업을 확장했고, 1963년 서울 신대방동에 공장을 지어 양산빵 시대도 열었다.
1964년은 당시 삼립제과공사가 도약한 해로 기록된다. 국내 최초로 식빵 제조의 자동화를 이뤄냈고, ‘크림빵’이 얇은 봉지에 담겨 세상에 처음 나왔다. 두 제품은 돌풍을 일으켰다. 신대방동 공장엔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서울 가리봉동에 대규모 설비를 갖춘 공장을 추가로 짓고 삼립식품공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국민 간식인 호빵이 히트했고, 샤니의 전신인 한국인터내쇼날식품주식회사도 설립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샤니를 독립시킨 뒤 키워 지금의 SPC그룹으로 만들었다. 그 사이 1986년 서울 반포에 파리크라상,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가 처음으로 생겼다.
지난해 SPC그룹 매출은 6조800억원에 달했다.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74년 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작은 빵집은 이제 1년에 6조원어치의 빵, 커피, 햄버거, 아이스크림, 케이크, 밀, 우유, 면, 육가공류 등을 팔고 있다.
한국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진출했다. 특히 2004년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에도 파리바게뜨 매장을 열자 ‘대단한 도전’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제빵 국가인 프랑스 ‘파리’와 프랑스 빵을 대표하는 ‘바게트’로 프랑스식 베이커리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향후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첫 해외 진출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세계 8개국에 ‘파리바게뜨’ 상표 등록을 마쳤다.
○국내 첫 제빵 연구소 설립하는 등 R&D 투자
SPC그룹은 74년간 제빵 분야에서 급성장한 배경으로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꼽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은 경영수업을 받던 1981년 미국제과제빵학교(AIB)에 유학하며 품질에 대한 중요성을 직접 체감했다”며 “유학 직후인 1983년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2012년 ‘이노베이션 랩’으로 명칭과 조직을 혁신했다. SPC그룹은 매년 이노베이션랩 등 R&D에만 5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이노베이션랩은 매달 평균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빵의 효모 등 원천 기술의 중요성에도 눈을 돌려 서울대에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는 서진호 서울대 교수 등 연구진과 산학 협동으로 ‘한국형 제빵용 천연 미생물 자원 개발을 위한 발효공학 연구’를 하며 10여 년간 1만 종 이상의 한국 토종 미생물 자원을 분리하고 균주 특성을 분석했다. 이 중 제빵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1000여 종의 효모와 유산균주를 선별해 제빵에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2016년 한국의 전통 누룩에서 토종 효모(SPC-SNU)를 국내 최초로 발굴했다. 허 회장은 당시 “우리 강산에서 발굴한 토종 효모로 만든 가장 한국적인 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SPC그룹은 토종 효모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으며, 관련 특허는 모두 해외 출원(PCT)을 완료했다. 이 중 토종 효모 특허에 대해 4개국(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에 지정국 출원을 완료했다. 토종 효모는 한국공학한림원의 ‘2017 올해의 산업기술성과’에 식품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토종 효모 발굴은 매년 7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도 내고 있다.
설비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SPC그룹은 2003년 경기 평택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빵 공장을 세웠다. 최첨단 설비와 식품안전시스템을 갖춘 이 공장 40여 개 라인에서 하루 430만 개의 빵이 생산되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인 규모와 시설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제빵 관련 종사자들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며 “특히 중국의 베이커리 종사자들이 수시로 견학 온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SPC는 그룹명보다 파리바게뜨로 더 유명하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도 있다. 햄버거집인 쉐이크쉑의 한국 매장과 싱가포르 매장도 SPC그룹이 운영한다. SPC라는 이름이 덜 알려져 있는 건 전국에 산재한 매장에 기업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SPC라는 기업명은 ‘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ines’의 앞글자를 따서 2004년 탄생했다. 그 이전엔 태인샤니그룹이었다.
SPC그룹의 주력은 파리바게뜨다. 전국에 매장이 3420여 개 있다. 2위인 뚜레쥬르(1320여 개 매장)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회사다. 파리바게뜨는 더 고급 빵을 파는 파리크라상도 보유하고 있다.
○74년 전 작은 빵집이 매출 6조원 그룹으로
SPC그룹의 시작은 작은 빵집이었다. 고(故) 허창성 SPC그룹 명예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상미당’이 효시다. 해방 후 혼란스러웠던 1948년 허 명예회장은 월남, 현재 방산시장 부근인 서울 을지로4가에 자리 잡고 다시 상미당 문을 열었다. 이듬해 ‘무연탄가마’를 개발해 빵을 만들었다. 빵이 열기를 골고루 받으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가게는 번창했다.
작은 빵집이 기업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건 1959년이다. 서울 용산에 ‘삼립제과공사(현 삼립식품)’를 설립하면서다. 이후 유통기한이 긴 비스킷을 전국에 유통시키며 사업을 확장했고, 1963년 서울 신대방동에 공장을 지어 양산빵 시대도 열었다.
1964년은 당시 삼립제과공사가 도약한 해로 기록된다. 국내 최초로 식빵 제조의 자동화를 이뤄냈고, ‘크림빵’이 얇은 봉지에 담겨 세상에 처음 나왔다. 두 제품은 돌풍을 일으켰다. 신대방동 공장엔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서울 가리봉동에 대규모 설비를 갖춘 공장을 추가로 짓고 삼립식품공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국민 간식인 호빵이 히트했고, 샤니의 전신인 한국인터내쇼날식품주식회사도 설립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샤니를 독립시킨 뒤 키워 지금의 SPC그룹으로 만들었다. 그 사이 1986년 서울 반포에 파리크라상,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가 처음으로 생겼다.
지난해 SPC그룹 매출은 6조800억원에 달했다.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74년 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작은 빵집은 이제 1년에 6조원어치의 빵, 커피, 햄버거, 아이스크림, 케이크, 밀, 우유, 면, 육가공류 등을 팔고 있다.
한국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진출했다. 특히 2004년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에도 파리바게뜨 매장을 열자 ‘대단한 도전’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제빵 국가인 프랑스 ‘파리’와 프랑스 빵을 대표하는 ‘바게트’로 프랑스식 베이커리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향후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첫 해외 진출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세계 8개국에 ‘파리바게뜨’ 상표 등록을 마쳤다.
○국내 첫 제빵 연구소 설립하는 등 R&D 투자
SPC그룹은 74년간 제빵 분야에서 급성장한 배경으로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꼽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은 경영수업을 받던 1981년 미국제과제빵학교(AIB)에 유학하며 품질에 대한 중요성을 직접 체감했다”며 “유학 직후인 1983년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2012년 ‘이노베이션 랩’으로 명칭과 조직을 혁신했다. SPC그룹은 매년 이노베이션랩 등 R&D에만 5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이노베이션랩은 매달 평균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빵의 효모 등 원천 기술의 중요성에도 눈을 돌려 서울대에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는 서진호 서울대 교수 등 연구진과 산학 협동으로 ‘한국형 제빵용 천연 미생물 자원 개발을 위한 발효공학 연구’를 하며 10여 년간 1만 종 이상의 한국 토종 미생물 자원을 분리하고 균주 특성을 분석했다. 이 중 제빵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1000여 종의 효모와 유산균주를 선별해 제빵에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2016년 한국의 전통 누룩에서 토종 효모(SPC-SNU)를 국내 최초로 발굴했다. 허 회장은 당시 “우리 강산에서 발굴한 토종 효모로 만든 가장 한국적인 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SPC그룹은 토종 효모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으며, 관련 특허는 모두 해외 출원(PCT)을 완료했다. 이 중 토종 효모 특허에 대해 4개국(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에 지정국 출원을 완료했다. 토종 효모는 한국공학한림원의 ‘2017 올해의 산업기술성과’에 식품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토종 효모 발굴은 매년 7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도 내고 있다.
설비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SPC그룹은 2003년 경기 평택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빵 공장을 세웠다. 최첨단 설비와 식품안전시스템을 갖춘 이 공장 40여 개 라인에서 하루 430만 개의 빵이 생산되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인 규모와 시설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제빵 관련 종사자들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며 “특히 중국의 베이커리 종사자들이 수시로 견학 온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