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방 관광대국 일본
일본을 매년 10차례 넘게 방문하며 일본 여행기를 기고하는 이솔 작가(42)는 일본 관광의 강점으로 콘텐츠 차별화와 잘 정비된 관광인프라를 꼽았다. 매년 500만 명 가까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독특한 관광자원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차이는 두 나라 간 관광 역조현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하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을 여행한 일본인(승무원 제외, 이하 동일)은 전년보다 64만763명(28.1%) 늘어난 292만1360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를 분석해 보면 2018년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 수는 전년보다 39만8562명(5.6%) 늘어난 753만9000명으로 추정됐다. 한·일 간 관광객 수 차이가 2.5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독특한 관광상품 만든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일본의 일관성 있는 관광정책을 꼽았다. 어떤 총리가 취임하더라도 관광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기반이 튼튼해 관광인프라가 소도시까지 체계적으로 정비돼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어느 지역을 가든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관광상품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돗토리현 서쪽 끝에 있는 사카이미나토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가 적고 어업을 주로 하는 쇠락한 항구도시였던 사카이미나토는 이곳 출신의 유명만화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캐릭터를 관광에 활용했다. 시 중심가를 요괴들의 놀이터로 꾸민다는 콘셉트로 역에서 시작해 800m가량 이어지는 길에 153개나 되는 요괴 동상을 세웠다. 거리 가로등, 하수구 뚜껑, 택시 등에도 요괴를 그려넣었다. 사카이미나토시에 요괴마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구 3만3000명의 작은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3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에도 장기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된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영화 촬영지인 규슈 오이타현에 있는 분고다카타도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주변 마을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분고다카타 지역을 쇼와시대 풍으로 정비하자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됐다.
애니메이션과 지역 관광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례도 있다. 2016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의 배경이 된 기후현은 2017년 현 전체 관광객 수(71만480명)가 전년보다 1.5% 감소했지만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히다 후루카와 지역은 전년 동기 대비 방문객이 40% 넘게 늘었다.
韓, 재방문율 늘리는 데 정책 목표 둬야
일본 관광이 눈부신 비약을 거듭하는 동안 한국 관광은 지방 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꾸준히 정책을 펴왔지만 미진하다는 것이 정책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530만 명 중 70% 이상이 찾은 곳은 서울과 부산, 전북 전주 한옥마을, 강원도, 제주도 정도에 한정됐다. 그나마 순수하게 관광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도 지방권에 매력적인 관광지가 많이 생기고 콘텐츠도 발전했지만 교통 및 숙박 문제가 불편해 체류형 관광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요코하마 관광컨벤션뷰로의 나가사와 유즈루는 “아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주 한국을 찾는데 광주 송정역 근처 시장과 전주 같은 지역은 일본에도 없는 매력적인 여행지인데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 과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은 지역 관광에 많이 투자하고 지역마다 특색 있게 관광을 발전시켜왔다”며 “관광정책 목표를 관광객 수가 아니라 재방문율에 둬 친절도는 물론 내실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관광도 외형적 성장보다 지역관광과 재방문율에 정책 목표를 둬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