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제조업의 미래 '한국형 스마트공장'
1990년대까지 미국은 세계 제조업 생산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선도 국가였다.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인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 지금은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지역이 미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서비스업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2009년에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10% 초반까지 떨어졌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제조업을 재조명했다. ‘리쇼어링’ ‘첨단제조파트너십(AMP)’ 등 육성정책으로 제조업 강국의 부활을 기획했다.

전통적 제조 강국 독일은 ‘인더스트리(Industry) 4.0’으로 4차 산업혁명의 붐을 일으켰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전략’으로 추격해 오는 인도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도 ‘일본 산업재흥 플랜’을 수립하고 첨단설비투자 촉진과 과학기술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우리 정부도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조업 혁신전략’을 마련, 추진키로 했다.

이런 각국 제조업 부흥 전략의 핵심에는 스마트팩토리가 있다. 스마트공장 도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중소제조업체 67%가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필요하며, 응답자의 91%가 스마트팩토리를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3%가 스마트팩토리 도입 시 투자자금 부담과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지점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자금과 인력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17년부터 경기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 스마트제조 데모공장 ‘스마트공장배움터’를 만들어 스마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는 3개소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6만 명의 스마트 전문인력을 양성해 중소벤처기업에 취업시킬 계획이다. 실례로 중진공의 해외 수출인큐베이터를 스마트 교육 전진기지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스케일업 금융’ 5000억원을 활용해 스마트공장 도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소기업에는 ‘제조현장스마트화자금’을 5000억원으로 늘려 적기에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이나 독일 같이 고도화·실용화된 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교육훈련 예산 배정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정부의 기금 변경과 추경 배정이 시급한 대목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돌파하고 스케일업해서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한국형 스마트 공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