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 사장
이갑수 사장
지난 1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임원회의’가 열렸다. 온라인 쇼핑의 공세에 밀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나온 결론은 ‘혁신상품 발굴’이었다. 이마트 창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협력사를 공개모집해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협력사 공모에 나선다고 14일 발표했다. 서류접수 기간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다. 상품 제한은 없다. 이마트를 통해 상품 판매를 원하는 기업은 지원할 수 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오는 5월 성수동 이마트 본사 대강당에서 열리는 ‘품평회’에 초대된다.

이 사장을 비롯해 노재악 상품본부장 등 이마트 주요 임원이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여기에서 뽑힌 상품은 6~8월 이마트 매장에서 시험 판매를 하게 된다. 상품성이 입증되면 9월부터 정식 납품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번 공모를 진행하면서 문턱을 확 낮췄다. 협력사 대상 신용평가 등급 기준을 기존 ‘CCC’에서 ‘CC’로 변경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상품 경쟁력만 있으면 우선적으로 뽑겠다는 의미다. 대량 납품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시설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마트뿐 아니라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전문점인 ‘삐에로쑈핑’과 ‘노브랜드’ 등 신세계의 다른 유통 채널에도 입점할 기회를 준다.

이마트의 이 같은 시도는 기존 상품조달 방식으론 혁신상품 발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0여 년간 바이어의 안목에 주로 의존해 상품을 들여왔다. 상품기획자(MD)들이 과일, 채소, 조미료, 가공식품 등 분야를 정해 놓고 판매할 상품을 골랐다. 과거엔 이 방식이 효율적이었다. 이마트에 서로 물건을 들고 와 “팔아달라”고 줄을 섰다. 국내 제조사 상당수의 목표는 국내 1위 이마트에 납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온라인몰과 소셜미디어(SNS), 미디어 커머스 등 다양한 판매 경로가 생기자 제조사들이 굳이 이마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부착형 안마기 등 온라인과 SNS에서 대박난 상품을 뒤늦게 이마트가 판매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마트로선 더 적극적으로 협력사를 찾아 나서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마트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상품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적이고, 트렌드를 선도하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선발할 계획이다. 공모가 활성화하면 안 팔리는 상품은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본부장은 “상품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가 낮아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기업을 발굴하겠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내는 데 이마트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