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 이세영 옮김
세종서적 / 508쪽│1만8000원
2002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이미 골드스타인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제인스빌 이야기》는 제인스빌 GM 공장 폐쇄 후 5년에 걸쳐 진행된 지역 공동체 총체적 변화상을 담담하면서도 치밀하게 지켜본 책이다. 저자는 단순히 GM 공장 폐쇄 원인과 결과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공장이 지탱해온 제조업 소도시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함께 붕괴된 해고 노동자와 가족의 삶, 쇠락한 지역사회를 재건하려는 주민들의 분투를 담아냈다.
해고 근로자의 재취업을 위한 훈련과 교육이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도 서술한다. 재교육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직업 훈련을 받고 직장을 옮긴 사람들의 소득 하락률은 바로 취업한 사람보다 컸다. 책에 언급한 일부 해고자는 학교에서 재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1600㎞ 떨어진 도시에 있는 GM 공장에서 일하며 주말에만 제인스빌로 돌아오는 ‘GM 집시’ 생활을 선택한다.
물론 제인스빌 기업인과 정치인들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이들은 제인스빌을 살리기 위해 신생 벤처기업에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지원 단체를 꾸려 경제를 살리려 했다. 하지만 재취업을 하든 신생 벤처를 유치하든 제인스빌 사람들은 어떤 일자리로도 GM 공장이 있던 시절만큼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없었고 지역 내 자살률마저 증가한다.
제인스빌의 이야기가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한국도 지난해 2월 GM 군산공상이 폐쇄되면서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 책은 군산 근로자에게 다가올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업황 악화로 인한 해고부터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화로 벌어지는 일자리 소멸까지, 제인스빌의 사연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