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상당수 중산층은 세금에 더해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늘게 됐다. 은퇴 후 정기적인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한 경우에도 건보료가 올해 대비 10% 이상 오르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14일 건강보험공단의 지역가입자 건보료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건보료 인상폭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 한강로2가 용산푸르지오써밋(전용면적 189㎡)은 공시가격이 14억9000만원에서 19억2000만원으로 오르면서 이 집을 소유한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월 23만3710원에서 월 26만2520원으로 12.3%(2만8810원)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따지면 추가 부담액이 34만5720원에 달한다. 은퇴한 뒤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 소득에 대한 보험료는 최저보험료(1만3550원)를 내는 경우를 가정해서다.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가입자의 소득, 재산, 자동차에 점수를 매긴 뒤 점수당 일정 금액(2019년 기준 189.7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소득이나 재산이 늘면 건보료가 인상되는 구조다. 올해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건보료 조정은 11월 이뤄져 다음 1년간 적용된다.

정부는 필요하면 건보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11월 전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체의 97.9%인 대다수 중저가 아파트(시세 12억원 이하)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아 건보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정부의 각종 복지 수혜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커진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월 25만원)을 못 받게 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자 탈락 예측 통계’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20% 오르면 총 5만6838명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