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입장 분석 주력…"어떤 상황서도 북미협상 재개 위해 노력"
北 '최고지도자 간 관계 좋다' 언급 속 대화 동력 증강 주력할 듯
정의용 訪中·서훈 訪美 결과 등 주목
北 강경태도에 靑긴장 상승…북미대화 상황악화 막고 재개 주력
북한이 15일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를 시사하자 청와대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미 간 물밑 중재에 주력하는 가운데 나온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며칠간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내세우며 단계적 비핵화 수용을 요구해 온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미국을 압박했다.

최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외신 기자와 외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긴급 회견을 열어 "미국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며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최 부상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고도 했다.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최 부상의 발언을 보고 받았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브리핑에서 전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입장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을 자제한 채 최 부상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대변인은 "서울 안보실에서는 최 부상이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진의를 파악 중"이라며 "완성되는 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런 신중한 반응은 최 부상의 발언이 향후 비핵화 대화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당분간 북미 관계의 답보 상태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문 대통령은 비핵화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북미 간 기 싸움이 긴 냉각기로 이어지면 협상 동력이 약해져 여태껏 끌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도가 뒤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조속히 북미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상의 발언을 두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협상 재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미 대화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비공개로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정책 관련 고위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을 방문해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비핵화 해결에 필요한 협력을 당부하고 나선 셈이다.

김 대변인은 "(북한과) 물밑 접촉은 계속하는 것으로 안다"며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북측과의 접촉도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북한이 대미 압박 카드를 들고나온 만큼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청와대와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한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그나마 긍정적으로 해석할만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부상은 회견에서 "(북미)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미 정상 간 신뢰를 해치지 않으면서 향후 '톱다운'식 해법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가 대화 재개에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분석 등에 근거해 북미가 아직은 판을 깨려는 뜻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대변인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과 어려움, 난관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한 것도 이러한 해석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