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기술수출 치료제 美 허가 지연…스펙트럼, 허가 자진취하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신청을 취하했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FDA에 제출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를 자진 취하했다고 15일 공시했다.

허가 취소와 같은 중대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금요일 오후 기습적으로 악재를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여서 투자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럼이 허가를 자진 취하한 이유는 FDA가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과 관련한 자료를 보완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원료를 생산하고 이 원료를 이용한 완제는 스펙트럼으로부터 수탁받은 미국 내 의약품수탁생산(CMO) 업체가 만들고 있다.

스펙트럼 측은 "최근 FDA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완제와 관련한 데이터의 보완을 주로 요청했다"며 "해당 자료를 FDA의 BLA 허가 요건 심사기간 종료 예정일인 이달 29일까지 제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BLA를 일단 자진 취하하고 재신청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물의약품 허가를 받으려면 FDA에 BLA 신청서를 제출한 후 60일 간 허가 요건에 부합하는지 심사를 받아야한다. 이 기간 안에 보완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청서를 재작성해 다시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상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자료 보완 수준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오류가 발견됐다면 추가 임상이나 재임상이 필요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신약 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스펙트럼은 "롤론티스의 전임상과 임상 및 추가 임상 필요성 등과 관련해서는 FDA의 지적이나 요청 사항이 없었다"며 임상 관련 오류를 부인했다.

스펙트럼은 FDA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데이터 등을 신속히 보완해 2~3개월 뒤 BLA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조 터전 스펙트럼 사장은 "FDA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재신청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자료를 제공하겠다"며 "우리는 여전히 롤론티스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고, 성공적인 재신청과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첫번째 글로벌 혁신 신약으로 주목 받은 제품이다. 스펙트럼이 허가를 자진 취하하지 않았다면 올 상반기 허가가 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는 한미약품이 이번에도 금요일 오후에 발표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늑장 공시 사태로 논란을 빚었고 지난해 기술수출한 신약의 임상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설 연휴 직전 발표해 비판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로부터 통보를 받고 공시한 것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스펙트럼으로부터 15일 자진 취하 소식을 들었고 글로벌 발표 시점에 맞춰 어쩔 수 없이 금요일 장이 마감한 후 공시할 수 밖에 없었다"며 "2016년 늑장 공시 사태가 불거지면서 파트너사로부터 통보를 받은 이후 최대한 빨리 발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