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중단 및 핵·미사일 시험 재개 경고가 나온 뒤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열린 NSC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최 부상이 미국에 대해 ‘강도 같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북한이 이런 표현을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최 부상의 발언을 봤는데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그들(북한)이 내놓은 제안은 대가로 요구한 것에 비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측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구체적으로)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이 유엔 안보리가 제시한 요구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하노이 회담에서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최 부상의 주장과 관련,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주장을 놓고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대화했다”고 밝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협의했다는 점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모두 최 부상의 주장을 반박하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지만 북측에 대한 대응 수위는 낮게 유지하는 등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질랜드의 모스크 테러 공격을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지만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전날 뉴욕에서 중국, 러시아 등 15개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유엔 안보리가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외교는 넓게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대북제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연/설지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