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돕느냐?' '돕냐?'는 맞고 '도우냐?'는 틀려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맞춤법 바로 알기 (5)
우리말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데 쓰는 종결어미는 뭐가 있을까?
'-는다/-ㄴ다/-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붙는 환경이 각각 다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우리말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데 쓰는 종결어미는 뭐가 있을까?
'-는다/-ㄴ다/-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붙는 환경이 각각 다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쉬이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해… 세 가지 자연성분 향수로 숙면 도운다.’ 얼핏 지나치기 쉬운 이 문장에는 잘못 쓴 곳이 하나 있다. ‘도운다’가 그것이다. ‘돕다’는 ㅂ불규칙 동사다. 이 말은 활용 시 ‘돕고, 돕는, 도와, 도우면’ 식으로 어간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들은 말을 해보면 분명히 드러나니 쓰는 데 염려가 없다. 하지만 ‘도운다/돕는다’를 비롯해 ‘도우네/돕네’ ‘도우냐/돕느냐/돕냐’ ‘도우니/돕니’쯤 가면 헷갈려하는 것 같다. 모두 종결어미란 공통점이 있다.
동사/형용사 따라 ‘-느냐/-으냐’ 구별
우선 확실한 것부터 짚어 보자. ‘돕다’가 동사인 것은 누구나 안다. 우리말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데 쓰는 종결어미는 뭐가 있을까? ‘-는다/-ㄴ다/-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붙는 환경이 각각 다르다. ‘먹는다, 웃는다’를 생각하면 동사 뒤에는 ‘-는다’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을 잔다, 아이가 논다’처럼 동사 중에서도 받침이 없거나 ㄹ받침일 때는 ‘-ㄴ다’가 붙는다. 또 ‘물이 맑다, 하늘이 파랗다’처럼 형용사에는 ‘-다’가 붙는다는 점도 확인된다.
이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로 해보면 안다. 그렇다면 일단 ‘도운다/돕는다’는 답이 나온다. ‘돕다’는 동사이므로 당연히 ‘돕는다’이다(‘도운다’ ×). 물음을 나타낼 때도 ‘돕느냐’가 된다(‘도우냐’ ×). 이 역시 동사에는 ‘-느냐’를, 형용사에는 ‘-으냐’를 붙인다. 이런 방식으로 ‘먹느냐? 자느냐? 있느냐? 했느냐? 가셨느냐?(동사), 좋으냐? 넓으냐? 추우냐? 고우냐? 파라냐?(형용사)’를 구별한다.
그러면 ‘돕냐?’는 어떨까? 어미 ‘-냐’는 모든 용언에 다 붙을 수 있다. 본래 ‘-냐’는 입말(구어)에서 쓰던 말이다. 예전엔 글로 쓸 때(문어) 위에서처럼 동사/형용사에 따라 ‘먹느냐?/좋으냐?’ 식으로 ‘-느냐/-으냐’를 구별해 써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람들은 이를 ‘먹냐?/좋냐?’ 식으로 ‘-냐’ 형태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종결어미 ‘-냐?/-니?’는 용언 어간에 직접 붙어
이에 따라 2015년 9월 국립국어원에서는 문법정보를 바꿔 이 ‘-냐’ 용법을 수용했다. 동사냐 형용사냐를 따지지 않고 용언 어간에 ‘-냐’를 쓸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지금은 ‘돕냐? 먹냐? 자냐? 있냐? 했냐? 가셨냐?(동사), 좋냐? 춥냐? 많냐? 넓냐? 파랗냐?(형용사)’ 등도 가능하다. 이 용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아버지는 어디 가셨냐?” 이때 예전엔 ‘가셨냐’는 틀리고, ‘가셨느냐’만 맞는 것으로 보았다. 지금은 두 가지가 다 허용된다.
‘돕느냐’ 또는 ‘돕냐’ 대신에 ‘돕니?’를 쓸 수 있을까? 이 역시 가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니’를 용언의 어간에 붙어 물음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로 풀이하고 있다. ‘-냐’에 비해 좀 더 친밀하고 부드럽게 이르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 ‘-냐’가 붙는 자리엔 늘 ‘-니’가 올 수 있다. 이와 함께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형용사에는 ‘-으니’가 온다는 것도 알아두자. ‘좋으니?/많으니?’ 같은 게 그런 예다. 이를 종결어미 ‘-니’의 용법에 따라 ‘좋니?/많니?’라고 써도 된다. 이제 ‘도우니?’가 왜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사 ‘돕다’에는 종결어미 ‘-으니’가 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사인 경우에는 ‘돕니?’만 가능하다. 물론 연결어미일 때는 ‘그가 도우니…’처럼 쓸 수 있다(‘돕+으니→도우니’ 활용꼴).
hymt4@hankyung.com
동사/형용사 따라 ‘-느냐/-으냐’ 구별
우선 확실한 것부터 짚어 보자. ‘돕다’가 동사인 것은 누구나 안다. 우리말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데 쓰는 종결어미는 뭐가 있을까? ‘-는다/-ㄴ다/-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붙는 환경이 각각 다르다. ‘먹는다, 웃는다’를 생각하면 동사 뒤에는 ‘-는다’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을 잔다, 아이가 논다’처럼 동사 중에서도 받침이 없거나 ㄹ받침일 때는 ‘-ㄴ다’가 붙는다. 또 ‘물이 맑다, 하늘이 파랗다’처럼 형용사에는 ‘-다’가 붙는다는 점도 확인된다.
이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로 해보면 안다. 그렇다면 일단 ‘도운다/돕는다’는 답이 나온다. ‘돕다’는 동사이므로 당연히 ‘돕는다’이다(‘도운다’ ×). 물음을 나타낼 때도 ‘돕느냐’가 된다(‘도우냐’ ×). 이 역시 동사에는 ‘-느냐’를, 형용사에는 ‘-으냐’를 붙인다. 이런 방식으로 ‘먹느냐? 자느냐? 있느냐? 했느냐? 가셨느냐?(동사), 좋으냐? 넓으냐? 추우냐? 고우냐? 파라냐?(형용사)’를 구별한다.
그러면 ‘돕냐?’는 어떨까? 어미 ‘-냐’는 모든 용언에 다 붙을 수 있다. 본래 ‘-냐’는 입말(구어)에서 쓰던 말이다. 예전엔 글로 쓸 때(문어) 위에서처럼 동사/형용사에 따라 ‘먹느냐?/좋으냐?’ 식으로 ‘-느냐/-으냐’를 구별해 써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람들은 이를 ‘먹냐?/좋냐?’ 식으로 ‘-냐’ 형태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종결어미 ‘-냐?/-니?’는 용언 어간에 직접 붙어
이에 따라 2015년 9월 국립국어원에서는 문법정보를 바꿔 이 ‘-냐’ 용법을 수용했다. 동사냐 형용사냐를 따지지 않고 용언 어간에 ‘-냐’를 쓸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지금은 ‘돕냐? 먹냐? 자냐? 있냐? 했냐? 가셨냐?(동사), 좋냐? 춥냐? 많냐? 넓냐? 파랗냐?(형용사)’ 등도 가능하다. 이 용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아버지는 어디 가셨냐?” 이때 예전엔 ‘가셨냐’는 틀리고, ‘가셨느냐’만 맞는 것으로 보았다. 지금은 두 가지가 다 허용된다.
‘돕느냐’ 또는 ‘돕냐’ 대신에 ‘돕니?’를 쓸 수 있을까? 이 역시 가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니’를 용언의 어간에 붙어 물음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로 풀이하고 있다. ‘-냐’에 비해 좀 더 친밀하고 부드럽게 이르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 ‘-냐’가 붙는 자리엔 늘 ‘-니’가 올 수 있다. 이와 함께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형용사에는 ‘-으니’가 온다는 것도 알아두자. ‘좋으니?/많으니?’ 같은 게 그런 예다. 이를 종결어미 ‘-니’의 용법에 따라 ‘좋니?/많니?’라고 써도 된다. 이제 ‘도우니?’가 왜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사 ‘돕다’에는 종결어미 ‘-으니’가 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사인 경우에는 ‘돕니?’만 가능하다. 물론 연결어미일 때는 ‘그가 도우니…’처럼 쓸 수 있다(‘돕+으니→도우니’ 활용꼴).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