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후 첫 순방…문대통령 비핵화 메시지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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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간담회 등에서 원론적 언급만…앞선 순방 발언들과 대비
"北 대화참여 여건 모색" 공언했지만…'중재외교 난관' 속 고심 방증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한 발언의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북미 간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이런 변화는 '중재역'을 자임한 문 대통령의 깊은 고민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부터 16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을 국빈방문 중이다.
이는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첫 해외 순방이다.
순방 전만 해도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3대 목표로 신남방정책 내실화·3개국과의 우호협력 증진과 함께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지지 재확인 및 협력기반 강화'를 제시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대화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아세안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방 막바지인 1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대부분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한반도 비핵화 관련 비중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았다.
전문이 공개되는 동포간담회·비즈니스포럼 연설을 봐도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평화체제 관련 언급은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조국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여러분의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라는 두 문장에 그쳤다.
14일 열린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했으나,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원칙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같은 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이동해 참석한 동포간담회 인사말에는 한국과 캄보디아의 교류 강화에 대한 얘기만 담겼을 뿐, 한반도 평화 메시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는 직전 순방인 작년 말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동포간담회에서 "아르헨티나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좋은 친구가 돼 줄 것"이라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순풍'을 뜻한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도 '순풍'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라고 당부했다.
뉴질랜드 동포간담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뉴질랜드의 에드몬드 힐러리 경은 '그냥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에베레스트에 오른 힐러리 경의 마음 자세와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발 두 발 전진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한반도 평화의 길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반드시 한반도의 완전화 비핵화, 그리고 항구적인 평화 꼭 해내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에서 대북제재 문제나 남북 경제협력 관련 공개 발언이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하며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순방 발언이 달라진 것은 '하노이 핵 담판' 결렬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가 급변했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타개할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행보'가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필두로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북미 협상을 추동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관련한 발언을 줄인 데에는 '포스트 하노이'의 갑갑한 정국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언급을 하기보다는 정교하게 전략을 가다듬어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생각도 읽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3일 브리핑에서 향후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선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 회담 상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北 대화참여 여건 모색" 공언했지만…'중재외교 난관' 속 고심 방증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한 발언의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북미 간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이런 변화는 '중재역'을 자임한 문 대통령의 깊은 고민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부터 16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을 국빈방문 중이다.
이는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첫 해외 순방이다.
순방 전만 해도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3대 목표로 신남방정책 내실화·3개국과의 우호협력 증진과 함께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지지 재확인 및 협력기반 강화'를 제시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대화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아세안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방 막바지인 1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대부분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한반도 비핵화 관련 비중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았다.
전문이 공개되는 동포간담회·비즈니스포럼 연설을 봐도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평화체제 관련 언급은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조국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여러분의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라는 두 문장에 그쳤다.
14일 열린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했으나,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원칙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같은 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이동해 참석한 동포간담회 인사말에는 한국과 캄보디아의 교류 강화에 대한 얘기만 담겼을 뿐, 한반도 평화 메시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는 직전 순방인 작년 말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동포간담회에서 "아르헨티나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좋은 친구가 돼 줄 것"이라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순풍'을 뜻한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도 '순풍'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라고 당부했다.
뉴질랜드 동포간담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뉴질랜드의 에드몬드 힐러리 경은 '그냥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에베레스트에 오른 힐러리 경의 마음 자세와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발 두 발 전진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한반도 평화의 길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반드시 한반도의 완전화 비핵화, 그리고 항구적인 평화 꼭 해내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에서 대북제재 문제나 남북 경제협력 관련 공개 발언이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하며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순방 발언이 달라진 것은 '하노이 핵 담판' 결렬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가 급변했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타개할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행보'가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필두로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북미 협상을 추동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관련한 발언을 줄인 데에는 '포스트 하노이'의 갑갑한 정국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언급을 하기보다는 정교하게 전략을 가다듬어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생각도 읽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3일 브리핑에서 향후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선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 회담 상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