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최소 3개월 미뤄지게 됐다. 시간은 벌었지만 브렉시트는 여전히 불확실성투성이다. 질서있는 브렉시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이 EU 탈퇴)와 브렉시트 무산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상정한 브렉시트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이 결의안은 20일까지 EU와 메이 정부의 합의안을 의회가 승인하는 조건으로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미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은 리스본 조약(EU 개정 조약) 50조에 따라 29일 밤 11시 EU를 탈퇴하기로 돼 있지만 이 시점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선택한 국민투표 이후 영국 정치권은 33개월 동안 일정 연기를 위해 싸운 셈이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는 20일께 EU와 메이 정부의 합의안을 두고 3차 승인투표를 한다. 앞서 의회는 두 차례 이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합의안이 다음주 의회를 통과할 경우 메이 총리는 21~2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일정을 3개월 연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브렉시트 일정 변경은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단기적인 연기인 만큼 EU도 무난히 동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합의안이 의회에서 또다시 부결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브렉시트가 1년 이상 훨씬 늦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오는 5월 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도 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브렉시트 시한 연장기간이 길어지면 국민투표 재실시, 조기 총선을 통한 새 내각 구성, 브렉시트 취소 등 모든 대안을 원점에서 놓고 다시 논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노딜 브렉시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집권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 중 일부가 입장을 바꿔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가 장기간 미뤄지거나 아예 취소되는 상황을 막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