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운동 펼치고 성명 발표"…교내 정치 쟁점화 우려 시각도
"박근혜 명예박사 수여 취소해야" KAIST 졸업생 공론화 움직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일부 졸업생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박사(명박) 수여 취소를 공론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7일 KAIST 동문에 따르면 학사과정 한 졸업생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명박 취소를 위한 여론 수렴을 시작했다.

대통령에서 파면된 만큼 학교 명예를 실추하지 않으려면 명박 학위 취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KAIST 학위수여식에서 각종 장학사업을 통한 젊은 인재 육성 등 공로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소를 주장하는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졸업생들의 서명을 잇달아 받아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제안자로 전해진 졸업생은 연서 호소문 형태의 글에서 "최근 이른바 '박근혜 사면론'까지 퍼지는 건 우리 주변의 적폐를 제때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KAIST 구성원은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나, 학교는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박근혜 명예박사 수여 취소해야" KAIST 졸업생 공론화 움직임
실제 KAIST에서는 2016년 10월과 11월에 학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명박 철회 요구가 있었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대학가에 들불처럼 일 때였다.

당시 학생들은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이 KAIST 명예박사 자격이 없다고 규정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내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한 대학원생(27)은 "명박 제도 자체에 정치적인 함의가 깔린 만큼 취소하는 것도 학교에서 전향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교직원은 "학교에 태극기 부대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정치 쟁점화할까 우려된다"며 "교내가 시끄러워지면 피해를 보는 건 다시 학생들인 만큼 (주장) 방식을 신중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