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시작되는 인도 하원의원 총선거에 전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70억달러(약 7조 9000억원)의 선거 비용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종전까지 가장 고비용 선거로 기록된 2016년 미국 대선 비용을 훌쩍 넘는 규모다. 하루 생활비가 3달러도 안되는 사람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인도에서 경제 규모가 7배가 넘는 미국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는 것은 막대한 인구 뿐만 아니라 선거 풍토가 혼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인도 뉴델리의 비영리 연구기관 미디어스터디센터(CMS)의 조사를 인용해 다음달 11일부터 6주 동안 실시되는 총선에서 인도 중앙·지방 정부와 정당과 후보자 등이 지출하는 비용이 2014년 50억달러 올해 70억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에선 이번 선거 비용이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인도의 선거비용이 많이 드는 첫번째 이유는 13억명에 달하는 인구로 인해 중앙·지방 정부의 선거관리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는 2014년 총선 당시 8억3000만명보다 늘어난 8억7500만여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북부 히말라야 지역부터 남부 해안까지 전국 각지에 투표소 100만 곳이 설치되며 군인, 경찰 등 치안 병력을 포함해 1000만명의 선거 관리 요원이 투입된다. 선거 기간도 다음달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6주에 달한다. 인도 중앙 정부는 올해 선거관리위원회 운영에만 약 3789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선거 비용 과다 지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치열한 경쟁과 혼탁한 선거 풍토가 지적된다. 인도 하원 543석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전국 각 선거구에서 총 8000명 이상이 선거 후보자들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운동원의 밥값과 일당, 교통비를 비롯해 현수막과 마이크, 폭죽, 의자, 책상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2014년에도 인도국민당(BJP), 인도국민회의(INC) 등 총 464개의 정당에서 8251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CMS에 따르면 많은 후보자들이 소셜 미디어 홍보요원과 댓글부대 등을 운영하는 비용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선거때 소셜 미디어 비용으로 약 3600만달러에서 2014년 약 7억2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불법으로 뿌리는 돈도 적지 않다. 재집권에 도전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BJP와 제1 야당 INC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선거는 더욱 혼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INC는 최근 실업률이 6.1%로, 45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데다 경제 성장률도 둔화되면서 인기가 떨어진 집권당을 공격하며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집권 정당 BJC는 최근 파키스탄과의 카슈미르지역 분쟁을 이용해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

CMS의 설문 결과 인도 정치인 90%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인도의 선거 유세장에선 각 후보자들이 서민들이 평소에 먹기 힘든 비리아니 (쌀을 고기나 생선 또는 야채와 함께 요리한 남아시아 요리) 치킨 카레 등이 든 박스나 현금을 나눠주는 일이 흔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일부 선거구에선 지난 선거 때 유권자에게 염소를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유력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서 똑같은 이름의 가짜 후보를 공천해 선거를 치르게 하면서 비용을 발생시키는 사례도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힌두스탄 타임스에 따르면 2014년 총선에 출마했던 여배우 헤마 말리니는 다른 두 명의 헤마 말리니와 경쟁을 벌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래전부터 이 같은 관행에 대해 경고했지만 근절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