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매체' 중앙통신도 보도 안해…하노이 심야 기자회견과 비슷
美 반응 지켜보며 후속 전략 고심할 듯


북한이 미국의 강경 모드에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미사일과 핵실험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정작 회견 개최 자체를 함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현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전날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과 외국 외교관 등을 상대로 연 회견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을 비롯해 북한이 장외공세 용도로 자주 활용되는 선전 매체들 역시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외용 매체들이 이렇듯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이 조용한 것은 당연지사다.

통상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중대 입장을 발표하거나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공식 매체인 중앙통신을 활용한다.

전날 회견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한층 강경해진 미국의 대북 스탠스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쳐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침묵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北매체, '美에 맞불' 최선희 회견 함구…아직은 협상에 무게
실제 중국 관영 CCTV가 촬영한 회견 영상을 보면 최 부상은 "미국 측이 조미(북미)관계 개선이라든가 그밖에 다른 6월 12일 공동성명 조항들의 이행에는 일체 관심이 없고 오직 우리와의 협상에서 그 어떤 결과를 따내서 저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만드는 데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명백히 하건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강도적 입장은 사태를 분명 위험하게 만들 것"이며 "우리 최고지도부(북측 통역사는 our supreme leader로 통역)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 발표를 암시했다.

최 부상은 또 "(분명한 것은) 이번에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날 타스통신 등 외신은 최 부상이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a golden opportunity)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는데, '천재일우의 기회'를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다소 표현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외신들은 최 부상이 핵과 미사일 '시험 유예'(moratorium)를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앞서 최 부상은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익일 심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정작 북한 매체는 이를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통신 대신 협상 실무자격인 최 부상의 입만 빌려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수위 조절'을 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표면적으론 대미 압박의 공세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협상 판을 깨지 않기 위한 북한 나름의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일단 이번 회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향후 전략을 고심할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