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말도 안되고 시장도 안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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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쉬 뺨치는 국내 부동산 용어
시장 급변하면서 '마피 아파트' 사건·사고도 발생해
'분양권이 돈'이라는 인식 변해야
시장 급변하면서 '마피 아파트' 사건·사고도 발생해
'분양권이 돈'이라는 인식 변해야

설명조차 알쏭달쏭한 이 단어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줄임말로 '마피'라고도 부른다. 아파트 분양권과 매도가격 사이의 차액을 '프리미엄'이라고 얘기한다. 아파트의 수요자가 많고 공급이 적거나, 낮은 분양가격과 높은 시장가격 사이의 차이가 프리미엄, 이른바 '웃돈'이 된다. 차이가 나면 날 수록 재산을 증식할 수 있다. 차이가 많이 날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에는 너도나도 분양권을 받기 위해 뛰어든다. 이러다보니 경쟁률이 높아져 당첨되기 어렵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로또 분양권', '로또 아파트'다.
분양권 시장에서는 '로또 아파트'와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반대말이 가깝다. 분양권으로 일확천금이 가능한 '로또 아파트'는 작년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급됐다. 그러나 아파트값 상승률이 진정되면서 공공분양 외에는 로또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반댓말인 깡통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지방의 경우는 작년부터 '마피 아파트',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서울·수도권으로 북상하고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경남, 충남, 충북 등지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분양권에 대해 "일단 사두면 돈 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과정이 어찌됐건 2년 반 내지 3년 뒤에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분양권을 대거 가지고 있거나, 서로 되팔면서 시세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변했다. 분양권도 주택이 됐다. 내 집도 아닌데 가지고 있는 건 부담일 뿐인 시대가 됐다.
몇년 전 이러한 조건으로 완전판매(완판)를 기록했던 이 아파트는 입주를 앞두고 전환점을 맞았다.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았고 분양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입자도 구해지지 않으면서 불꺼진 아파트, 즉 유령 아파트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분양권을 들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계약무효를 주장했다. 계약금은 10%가 일반적인데 5%만 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시행사, 신탁사, 분양마케팅사 등은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문제는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통 각종 소비자 분쟁에서 계약금의 권리를 주장하는 쪽은 소비자였다. 5%라도 계약금이고 계약의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주장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이를 뒤짚은 게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이다.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내가 살 집도 아닌데 억대의 돈을 넣고 들어가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바로 이게 문제다. 내가 살집도 아닌데 왜 계약을 했을까.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인한 계약 취소·포기 분쟁의 핵심은 '분양권은 돈'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니 분양권이 돈이 안되면 소용이 없다. 분양을 받아놨는데 시세가 떨어졌다면 주변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쌤통이다'라는 반응이다.
*[김하나의 R까기]는 부동산(real estate) 시장의 앞 뒤 얘기를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