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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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이 중국에 매각될 수 있다는 소식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주요 자산으로 평가받는 넥슨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면 국내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중국 게임산업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임산업 매출은 15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성장했다. 게임 이용자 수도 23억5396만명으로 1년새 7.6% 늘었다. 글로벌 1위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38조8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체 시장의 25%를 견인했다. 2위 미국과 비교해 3조원 크고 한국의 6배에 달한다. 참고로 한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6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관련 기업도 중국 업체다. 중국 텐센트가 주인공인데 텐센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 증가한 11조5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소니, 블리자드, EA, 닌텐도 등 글로벌 게임업체의 매출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는 넥슨과 넷마블이 각각 11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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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 게임의 글로벌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국 시장에 의존하던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글로벌 Top 5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제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앱애니 집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Top 30 게임 가운데 중국 게임은 13개로 나타났다. 텐센트의 '배틀그라운드, 넷이즈의 '터미네이터2', '러브볼즈', '워드 크로시', '드로우 인', '롤링 스카이'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 수는 전년 대비 19%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순위 20위에 진입한 중국 게임은 2016년 11개에서 지난해 16개로 증가했고 매출도 74% 확대됐다.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50위에 이름을 올린 중국 게임은 10개가 넘는다.

중국 시장이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다. 국내 게임의 연간 수출액은 3조6000억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이 중국에서 나온다. 국내 게임 매출의 23%가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은 2년 넘게 발이 묶여 있다. 2017년 2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여파로 시작된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계속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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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인기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국산 게임의 중국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양산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만 고집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중국인 개발자 고용, 현지 게임 개발 등 현지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는 지난해 발표한 '중국 게임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 게임문화와 사용자 기호 등에 최적화된 맞춤형 게임 개발 및 이를 위한 중국인 게임 개발자 고용, 현지 게임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e스포츠와 게임 라이브 서비스를 활용해 중국 진출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중국은 인기 게임을 카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 세계 게임시장을 견인하는 큰손으로 성장했다. 시장 규모, 게임 이용자 수 등에서 이미 국내 게임시장을 훌쩍 넘어서면서 짝퉁이라 치부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중국은 그동안 짝퉁게임 양산국, 시장경제 파괴자로 인식됐다. 중국 게임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정부의 묵인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졌다. 중국은 더이상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게임시장이 아닌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지 현재와 같이 무시하고 외면하는 태도로는 중국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며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다.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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