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한국 경제 '부동산세·부채發 복합불황' 겪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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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단독주택에 이어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가 대폭 상향 조정됐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공시가 상향 조정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가 오를 경우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다간 한국 경제가 부동산세와 부채발(發) 복합불황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이란 어빙 피셔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주장한 ‘부채 디플레이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높은 부동산 세금과 부채 부담으로 국민이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이 국면에 빠지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벗어날 수 있다.
공시가 상향 조정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 우려가 가시화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가계부채 상황부터 점검해 보자. 한국의 가계부채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절대 규모가 위험수준인 150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됐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중하위 계층일수록 높다는 점이다.
두 가지 특징을 감안하지 않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간 오히려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간 ‘악순환 국면’에 빠져 정책실패 비용이 커진다. 작년 11월 말 금리 인상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하위 계층이 높아진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금리가 높은 금융회사와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부동산시장도 최후의 보루인 서울 강남 집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집값이 잡히자마자 ‘순간 폭락(flash crash)’이 우려될 정도로 급락하고 있는 점이다. 순간 폭락이란 집값과 같은 가격변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강남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30평대 기준)은 작년 9월 최고치 대비 3억∼5억원 떨어졌다.
‘시카고 공포’ 우려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며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빈집이 공식적으로는 150만 가구, 실질적으로는 2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강남 지역에서도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투기와 거품에 노출된 집값은 반드시 잡아야 하지만 일단 집값이 올라갔으면 경기에 미칠 악영향, 즉 역(逆)자산 효과 등을 고려해 ‘연착륙’시켜야 한다. 케이스실러 지수로 잘 알려진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집값 대책은 경기와 국민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preemptive)이 생명”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자산 효과는 소비 이론에서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프랑코 모딜리아니)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은 생애소득에서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비성향이 높은 중하위 계층일수록 높아 역자산 효과가 크다. 최근처럼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세금 부담마저 커질 경우 역자산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 변화의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1∼0.15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 한국처럼 역자산 효과가 큰 여건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재정지출 등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선행국인 일본의 극복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복합불황을 아베노믹스로 극복했다. 공시가 상향 조정 이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시각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장수 경제(longevity economy)’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장수 경제란 나이 든 계층이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처럼 출생률 급락과 고령화 급진전으로 ‘표주박형 인구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는 장수 경제를 중시하는 것이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 줘야 한다. 건전한 재테크 수단과 직접 자금조달 통로인 증시가 활성화돼야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세 폐지, 증권사 대출 기능 대폭 확대 등의 보완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이란 어빙 피셔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주장한 ‘부채 디플레이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높은 부동산 세금과 부채 부담으로 국민이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이 국면에 빠지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벗어날 수 있다.
공시가 상향 조정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 우려가 가시화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가계부채 상황부터 점검해 보자. 한국의 가계부채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절대 규모가 위험수준인 150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됐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중하위 계층일수록 높다는 점이다.
두 가지 특징을 감안하지 않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간 오히려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간 ‘악순환 국면’에 빠져 정책실패 비용이 커진다. 작년 11월 말 금리 인상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하위 계층이 높아진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금리가 높은 금융회사와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부동산시장도 최후의 보루인 서울 강남 집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집값이 잡히자마자 ‘순간 폭락(flash crash)’이 우려될 정도로 급락하고 있는 점이다. 순간 폭락이란 집값과 같은 가격변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강남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30평대 기준)은 작년 9월 최고치 대비 3억∼5억원 떨어졌다.
‘시카고 공포’ 우려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며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빈집이 공식적으로는 150만 가구, 실질적으로는 2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강남 지역에서도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투기와 거품에 노출된 집값은 반드시 잡아야 하지만 일단 집값이 올라갔으면 경기에 미칠 악영향, 즉 역(逆)자산 효과 등을 고려해 ‘연착륙’시켜야 한다. 케이스실러 지수로 잘 알려진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집값 대책은 경기와 국민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성(preemptive)이 생명”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자산 효과는 소비 이론에서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프랑코 모딜리아니)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은 생애소득에서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비성향이 높은 중하위 계층일수록 높아 역자산 효과가 크다. 최근처럼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세금 부담마저 커질 경우 역자산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 변화의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1∼0.15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 한국처럼 역자산 효과가 큰 여건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재정지출 등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선행국인 일본의 극복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복합불황을 아베노믹스로 극복했다. 공시가 상향 조정 이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시각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장수 경제(longevity economy)’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장수 경제란 나이 든 계층이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처럼 출생률 급락과 고령화 급진전으로 ‘표주박형 인구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는 장수 경제를 중시하는 것이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해 줘야 한다. 건전한 재테크 수단과 직접 자금조달 통로인 증시가 활성화돼야 부동산세와 부채발 복합불황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세 폐지, 증권사 대출 기능 대폭 확대 등의 보완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