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석 오리온 껌·캔디·젤리 팀장
국내 젤리 시장의 성장은 제과 4사 중 유일하게 자체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오리온이 주도하고 있다. 마이구미, 젤리밥, 젤리데이, 왕꿈틀이, 아이셔 등 오리온의 5대 젤리 브랜드는 지난해 52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오리온에서 껌·캔디·젤리를 개발하고 있는 박민석 팀장(41·사진)은 “교복을 입는 순간 더 이상 젤리를 먹지 않는 여성 소비자들을 젤리 시장으로 끌어들인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2012년 이전까지 왕꿈틀이, 꼬마곰 등 젤리 제품은 주로 동물을 형상화했다. “동물 모양의 젤리를 먹는 게 유치해 보일까 봐, 불량식품이 아니냐는 선입견 때문에 시장이 커지지 못했죠.” 박 팀장은 중·고생들과 회사원들이 더 이상 젤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리온은 이런 한계를 기능성 젤리로 깨트렸다. 2012년 하루 비타민C 권장량 100%를 함유한 ‘젤리데이’를 내놓으면서다. 젤리가 여대생과 여성 직장인들에게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 필수 간식’으로 떠오른 계기였다.
젤리를 ‘건강 간식’ 반열에 올려놓은 건 2017년 11월 출시된 ‘마이구미 복숭아’였다. 복숭아 과즙을 50% 넣어 본연의 진한 달콤함을 살린 이 제품은 특유의 식감에 앙증맞은 핑크빛 하트 모양으로 20~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출시 두 달 만에 500만 개가 판매됐다. 지난해엔 판매량이 2000만 개를 넘어섰다.
오리온이 젤리 신제품 하나를 내놓을 때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년. 30년 넘게 젤리를 연구해온 오리온은 올해 내놓은 ‘마이구미 딸기’에서 빨간색의 딸기와 초록색 잎 모양까지 구현해냈다. 박 팀장은 “오리온의 네 가지 젤리 브랜드는 각각 식감이 다르다”며 “마이구미는 쫄깃하면서 부드럽게, 젤리밥은 쫄깃쫄깃하게, 젤리데이는 툭툭 끊어지게, 왕꿈틀이는 쭉쭉 잘 늘어나는 식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3개월 넘게 점심을 걸렀다고 했다. 오리온 최초의 파우치형 곤약젤리 ‘닥터유 젤리’ 출시를 앞두고 하루 10봉씩 매일 먹었다.
박 팀장은 “출근하자마자 공복에 세 봉지를 먹은 뒤 포만감이 어느 정도인지, 생산 날짜별로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측정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1봉지에 56㎉로, 비타민C 하루 영양성분 기준치가 담겨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