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기금 28兆, 반드시…" 명운 건 금투사들
고용노동부 기금운용 전담운용사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융투자업계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금 규모가 28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차지하려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외부 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 규모가 1000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기 때문에 업체마다 시장 선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고용부 기금 28兆, 반드시…" 명운 건 금투사들
증권사 사장들 “반드시 이겨야”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는 오는 27~28일 고용부에서 기금운용 전담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고용보험기금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4곳이, 산재보험기금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운용사 4곳이 도전한다. 평가는 교수, 변호사,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는다.

지난 4년간 10조원 규모인 고용보험기금은 한국투자증권이, 18조원 규모인 산재보험기금은 삼성자산운용이 전담운용사를 맡아왔다. 오는 7월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번에 새로 선정된 2곳이 앞으로 4년간 운용을 맡는다.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2강’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6월 19조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사 지위를 NH투자증권에 뺏겼다. 이번에도 자리를 내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신탁부와 OCIO 조직을 합친 ‘투자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운용 경험이 가장 많지만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관련 제재 수위가 변수라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은 정영채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OCIO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장 직속 전담본부를 신설한 뒤 ‘OCIO스쿨’까지 만들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작년 국토부 전담운용사로 선정된 뒤 정 사장이 TF(태스크포스)팀에 두둑한 포상금을 지급하자 각 부서 인력이 앞다퉈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고용보험기금 TF팀장을 맡고 있는 권순호 기관영업본부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OCIO 시장이 몇 년 안에 100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OCIO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KB증권은 김성현 사장 아래 OCIO 사업추진부를 확대하고 인력 보강에 힘써왔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초 전담 사업팀을 신설하고 리서치센터, 리스크관리부 등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전문인력 영입전도 치열

산재보험기금 운용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2파전에 KB자산운용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산재보험기금을 수탁하면 운용자산(AUM)이 한꺼번에 18조원이나 늘어나는 데다 정책자금을 운용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해외 자금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전담운용사였던 삼성자산운용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말 OCIO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금사업담당 조직을 새로 꾸리고 별도 본부에 소속됐던 민간 OCIO부문을 하위 조직으로 재편했다. 하형석 기금사업담당 상무는 “OCIO 사업은 규모가 큰 만큼 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투자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개 국가에 현지 법인 및 사무소를 두고 적극적인 해외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이병성 투자플랫폼사업부문장은 “각국 연기금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기관들이 글로벌 자산 배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도 작년에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OCIO 사업을 초창기부터 이끈 채수호 상무를 영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유익선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 전략리서치팀장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