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 대담하게 해", 백악관 "백인우월주의자 아냐"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총격 테러를 계기로 불거진 백인우월주의 확산 우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불똥을 떨어뜨렸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인종차별주의와 선을 그으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뉴질랜드 참사에 대한 미온적인 반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발단은 뉴질랜드 총격범이 범행 직전 인터넷에 올린 '반이민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 상징'이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인종주의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수사)과 관련이 없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그는 진행자가 "미국에도 백인우월주의와 국가주의자, 반이슬람 편협성 문제가 있는데 대통령은 왜 이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대통령이 종교의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걸 보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라면서 "얼마나 더 이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멀베이니 대행은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끔찍하고 사악하고 비극적인 행위로 보고 왜 그런 일이 세계에 퍼져나가는지 알아보자"면서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라고?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CBS 방송과도 인터뷰하고 "(페이스북으로 참사 동영상이 퍼져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비난받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방어했다.

공화당 소속의 팻 툼니 상원의원도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나와 "대통령의 발언이나 트윗과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게 하는 극단적인 유형의 광기에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이처럼 방어전선을 구축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을 쓴다고 비판받는 가운데 자칫하면 이번 참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우월주의자로 규정해버릴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상원의 국가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뉴질랜드 총격 참사와 관련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테러와 폭력이 커지는 우려라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규모의 사람들"이라고 답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민주당 쪽에선 날 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한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끌어안고 대담하게 해준다.

인종차별주의적 테러리스트를 규탄하는 대신 보호해준다.

이는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역시 대선 경선에 뛰어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범행의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이슬람 신자를 방어하는 강력한 성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초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인 라시다 탈리브(민주) 의원은 CNN에 출연해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 세력이 확장하고 있다는 데이터와 정보가 있다"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이 정보와 팩트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의 사람들'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팀 케인(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 세계 백인우월주의자를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케인 의원의 지역구인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지난 2017년 8월 백인우월주의자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으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비판하지 않아 비난이 일었다.

그는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나와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쓰는 언어와 매우 비슷한 언어를 사용한다"며 "만일 그가 그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다른 지도자들은 그것을 중단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하고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역설했다.

케인 의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애도를 표한 날이 그가 미국-멕시코 장벽 예산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날임을 상기시키면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미국 남부 국경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침입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뉴질랜드 총격범이 사용한 바로 그것"이라며 "대통령이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