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퇴계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킹아더’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더왕을 소재로 한 뮤지컬 공연 두 편이 잇달아 열리는 가운데 먼저 개막한 작품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십계’를 만든 프로듀서 도브 아티아가 2015년 파리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이를 제작사 알앤디웍스가 들여와 국내 무대에 처음 선보였다.
오루피나 연출은 신화 속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스크린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게임 속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영상을 장면마다 배치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에도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요소가 많았다. 멜로디가 친숙하고 웅장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전자음악이 뒤섞인 넘버들은 독특하면서도 어렵지는 않았다. 고음의 넘버가 많았지만 배우들이 골고루 잘 소화했다. 특히 아더왕을 해치려는 모르간(최수진 분), 엘레아강(이충주 분)의 고음 처리가 돋보였다. 발레, 아크로바틱,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안무도 신화 속 몽환적인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스토리 전개에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더왕(장승조 분)에게 집중돼야 할 이야기가 주변 캐릭터에 많이 흩어진 느낌을 줬다. 아더왕보다 귀네비어(이지수 분)의 사랑과 변심에 대한 이야기에 힘이 실렸다. 이 때문에 아더왕의 ‘성장’ 자체보다 귀네비어 등 주변 인물들을 ‘용서’하는 과정이 더 부각됐다.
관객들이 많이 기대했을 법한 주요 장면도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극 초반에 나오는 바위에 꽂힌 검 ‘엑스칼리버’를 뽑는 순간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의미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웅장한 느낌이 적어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지 못했다. 아더왕이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색슨족과의 전투 장면도 작은 칼싸움 정도로만 표현됐다. 이 밖에 계단식 무대 구조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돼 다소 단조롭게 느껴졌다. 공연은 6월 2일까지 열린다.
이 작품을 볼 예정이거나 본 사람이라면 아더왕을 소재로 한 또 다른 뮤지컬 ‘엑스칼리버’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엑스칼리버’는 6월 15일부터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