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 신임 회장 "비상장회사에 차등의결권 폭넓게 허용해야"
“정치권에서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비단 벤처기업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비상장회사 모두가 폭넓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 신임 회장(56·사법연수원 23기·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등의결권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등의결권이란 특정 주식에 복수 의결권을 허용해 창업자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강 회장은 “한국의 좋은 회사들이 기업공개를 꺼리는 데는 경영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대주주들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차등의결권을 믿고 알짜 회사들이 상장하면 기업 오너는 물론 투자자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글로벌 100대 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차등의결권이 있는 10개사와 그렇지 않은 68개사의 10년간 경영실적을 비교한 결과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의 매출 증가율(44.1%)이 일반 기업의 두 배에 육박했다.

그는 “차등의결권은 한국을 벗어나 미국 뉴욕 등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잡아두게 할 수도 있다”며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의 상장 시장이 튼튼해지고 외국 자금의 유입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상장한 회사들은 기존 소액 주주의 권리보호 이슈 때문에 차등의결권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비상장회사라면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기업 종류 및 규모와 상관없이 허용하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주 “벤처금융을 대출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강 회장은 불황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고, 어려움에 처하기 전에 자회사를 팔아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은 팔겠다는 쪽보다 사겠다는 쪽이 많은데 조만간 매수자에게 유리한 ‘바이어스 마켓’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근무하는 강 회장은 증권거래와 기업금융, M&A 관련 전문 변호사다. 산업은행이 소유하고 있던 대우증권을 미래에셋에 매각하는 계약과 현대그룹의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로 넘기는 계약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금융·자본시장에 관심이 많아 20여 년간 학회 활동을 해왔고, 이 덕분에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 같다”며 “증권법학회가 자본시장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증권법학회장으로 지난달 16일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