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국가경제에 도움될지만 봐라…책임은 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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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정치권·노조 반대에도 구조조정 밀어붙인 '뚝심'
속도 내는 기업 구조조정
학자에서 관료·CEO로 변신
할 말 하는 '미스터 쓴소리'
정치권·노조 반대에도 구조조정 밀어붙인 '뚝심'
속도 내는 기업 구조조정
학자에서 관료·CEO로 변신
할 말 하는 '미스터 쓴소리'
“사람이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이런 ‘인정승천(人定勝天)’의 자신감과 의지로 맡은 업무에 충실히 임해주십시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017년 9월 11일 열린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꺼낸 얘기다. 당시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산은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대우건설, KDB생명 등 산은 관리를 받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산은은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이 회장은 임기 반환점을 돈 현시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상당히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STX조선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고, GM의 한국 시장 철수도 막았다. 지난 8일엔 현대중공업지주와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산은이 관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전임 산은 회장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숙제를 이 회장이 불과 1년6개월여 만에 해결한 배경에는 이 회장의 ‘노력하면 하늘도 이긴다’는 자신감과 뚝심이 있었다는 것이 산은 안팎의 설명이다.
소신 앞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일찌감치 요직에 올랐다. 산업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김태동 당시 경제수석(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천거로 청와대 행정관에 발탁됐다.
이 회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재정·금융정책의 틀을 마련했다. 인수위 활동 시절엔 금산분리를 강조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 주장을 펼쳤다. 이 때문에 당시 경제관료들과 일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인수위 활동 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금감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도 이 회장은 대형 보험사를 비롯한 대기업들과 각종 현안을 놓고 마찰이 적지 않았다. 2016년 이 회장과 함께 《비정상경제회담》이라는 저서를 함께 발간하는 등 친분이 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 회장을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한다. 이런 원칙과 소신은 대표적 개혁성향 경제학자인 김태동 전 경제수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이 회장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 전 수석과 이 회장은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예일대에서 함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 이듬해 1월 임기를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금산분리를 완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에 이 회장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후문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당시 이임사를 통해 “정부 정책을 앞장서 홍보하지 않는 연구원장은 제거돼야 할 존재인 것 같다”며 “정부가 연구원을 정부의 ‘싱크탱크’(두뇌)가 아니라 ‘마우스탱크’(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정치인 향해 쓴소리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까지 10여 년간 ‘야인(野人)’ 생활을 한 이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가계부채 정책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직접 마련했다.
이 회장이 평생 강조해 온 원칙과 소신은 회장 취임 이후 더욱 빛을 발했다는 것이 산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국가 경제와 대상 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에 따라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해당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만 감안하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현대중공업과의 합작을 통한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조와 일부 정치인을 향해서도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소통 없는 비난과 과격한 행동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과격한 투쟁과 파업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부 정치인 중에선 지역의 반짝 정서에 편승해 (산은의 진의를) 반대로 전하는 분들이 있다”며 “(대우조선 민영화의) 목적과 진의를 지역사회에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우조선은 산은에 또다시 20년을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산은 기자실로 찾아와 기자들에게 구조조정의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다. 이렇다 보니 간혹 파장이 작지 않은 강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난해 말엔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를 비판하면서 특정 표현을 썼다가 비서실과 홍보실 직원들이 뒤늦게 수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은 숙제
이 회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서는 등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산은은 현대상선에 조만간 추가 투자를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은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산은은 지난해 초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호반건설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모로코 사피발전소 부실이 드러나면서 무산됐다. 이 회장은 “당장은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으로 조급히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가시화되면 대우건설의 유용성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2~3년 동안 경쟁력을 높여 당초 매각에 실패했던 가격(1조6000억원)의 최소 두 배 이상은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KDB생명은 2010년 산은에 인수된 뒤 1조원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 회장이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뿐 아니라 KDB생명도 좀 더 시간을 두고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하는 産銀…혁신성장 돕는 IB로 재탄생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20년 넘게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했다. 산은은 2000년대 들어 민간 금융회사와의 업무영역 충돌 논란이 있었고, 정책자금 공급 역할을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산은 최고사령탑으로 취임할 당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고, 두 번째가 혁신성장 지원이며, 마지막은 산은의 경쟁력 제고다. 구조조정은 취임 후 1년6개월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또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혁신성장도 상당한 진전을 봤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와 자금 지원 등을 맡는 혁신성장금융본부를 혁신성장금융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임기 중에 혁신성장의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긴 안목에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산은이 맡아야 할 두 가지 핵심 역할은 전통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산은이 굵직한 구조조정 이슈에만 매달려 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급한 구조조정 현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올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신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은행(IB) 기능을 본격 강화할 계획이다.
그가 2019년 화두로 ‘먼저 행하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의 ‘선즉제인(先則制人)’을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성장 기업에 산은이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산은은 전통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함께 혁신성장을 이끄는 IB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 프로필
△1953년 경북 안동 출생
△1972년 경기고 졸업
△197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4년 예일대 금융경제학 박사
△1994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998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1999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년 금융연구원장
△2009년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2013년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017년 9월 11일 열린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꺼낸 얘기다. 당시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산은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대우건설, KDB생명 등 산은 관리를 받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산은은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이 회장은 임기 반환점을 돈 현시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상당히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STX조선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고, GM의 한국 시장 철수도 막았다. 지난 8일엔 현대중공업지주와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산은이 관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전임 산은 회장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숙제를 이 회장이 불과 1년6개월여 만에 해결한 배경에는 이 회장의 ‘노력하면 하늘도 이긴다’는 자신감과 뚝심이 있었다는 것이 산은 안팎의 설명이다.
소신 앞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일찌감치 요직에 올랐다. 산업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김태동 당시 경제수석(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천거로 청와대 행정관에 발탁됐다.
이 회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재정·금융정책의 틀을 마련했다. 인수위 활동 시절엔 금산분리를 강조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 주장을 펼쳤다. 이 때문에 당시 경제관료들과 일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인수위 활동 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금감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도 이 회장은 대형 보험사를 비롯한 대기업들과 각종 현안을 놓고 마찰이 적지 않았다. 2016년 이 회장과 함께 《비정상경제회담》이라는 저서를 함께 발간하는 등 친분이 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 회장을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한다. 이런 원칙과 소신은 대표적 개혁성향 경제학자인 김태동 전 경제수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이 회장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 전 수석과 이 회장은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예일대에서 함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 이듬해 1월 임기를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금산분리를 완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에 이 회장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후문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당시 이임사를 통해 “정부 정책을 앞장서 홍보하지 않는 연구원장은 제거돼야 할 존재인 것 같다”며 “정부가 연구원을 정부의 ‘싱크탱크’(두뇌)가 아니라 ‘마우스탱크’(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정치인 향해 쓴소리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까지 10여 년간 ‘야인(野人)’ 생활을 한 이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가계부채 정책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직접 마련했다.
이 회장이 평생 강조해 온 원칙과 소신은 회장 취임 이후 더욱 빛을 발했다는 것이 산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국가 경제와 대상 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에 따라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해당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만 감안하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현대중공업과의 합작을 통한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조와 일부 정치인을 향해서도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소통 없는 비난과 과격한 행동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과격한 투쟁과 파업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부 정치인 중에선 지역의 반짝 정서에 편승해 (산은의 진의를) 반대로 전하는 분들이 있다”며 “(대우조선 민영화의) 목적과 진의를 지역사회에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우조선은 산은에 또다시 20년을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산은 기자실로 찾아와 기자들에게 구조조정의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다. 이렇다 보니 간혹 파장이 작지 않은 강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난해 말엔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를 비판하면서 특정 표현을 썼다가 비서실과 홍보실 직원들이 뒤늦게 수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은 숙제
이 회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서는 등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산은은 현대상선에 조만간 추가 투자를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은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산은은 지난해 초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호반건설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모로코 사피발전소 부실이 드러나면서 무산됐다. 이 회장은 “당장은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으로 조급히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가시화되면 대우건설의 유용성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2~3년 동안 경쟁력을 높여 당초 매각에 실패했던 가격(1조6000억원)의 최소 두 배 이상은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KDB생명은 2010년 산은에 인수된 뒤 1조원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 회장이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뿐 아니라 KDB생명도 좀 더 시간을 두고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하는 産銀…혁신성장 돕는 IB로 재탄생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20년 넘게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했다. 산은은 2000년대 들어 민간 금융회사와의 업무영역 충돌 논란이 있었고, 정책자금 공급 역할을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산은 최고사령탑으로 취임할 당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고, 두 번째가 혁신성장 지원이며, 마지막은 산은의 경쟁력 제고다. 구조조정은 취임 후 1년6개월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또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혁신성장도 상당한 진전을 봤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와 자금 지원 등을 맡는 혁신성장금융본부를 혁신성장금융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임기 중에 혁신성장의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긴 안목에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산은이 맡아야 할 두 가지 핵심 역할은 전통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산은이 굵직한 구조조정 이슈에만 매달려 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급한 구조조정 현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올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신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은행(IB) 기능을 본격 강화할 계획이다.
그가 2019년 화두로 ‘먼저 행하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의 ‘선즉제인(先則制人)’을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성장 기업에 산은이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산은은 전통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함께 혁신성장을 이끄는 IB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 프로필
△1953년 경북 안동 출생
△1972년 경기고 졸업
△197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4년 예일대 금융경제학 박사
△1994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998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1999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년 금융연구원장
△2009년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2013년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