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난 상황에 이른 고용시장 안 보이나
2월 고용동향이 발표됐다. 취업자가 전년동기비 26만 명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부총리가 고용이 증가세로 돌아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니, 정부는 “드디어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홍보하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통계적 분칠을 벗겨내고 보는 고용현실은 처참하다.

고용이 증가한 것처럼 나타난 것은 농림업 인구, 관제(官製) 일자리, (초)단시간 근로가 증가한 덕이다. 농업인구는 지난 30년간 외환위기 때를 빼고는 연평균 7만 명씩 감소해오던 것이 2월 기준으로 작년에 4만 명, 올해 12만 명 늘어났다. 이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게 고용시장의 파탄을 반영하는 병리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비(非)취업과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농촌 고령자들이 취업자로 집계되고, 낮은 지역의료보험료에 이끌린 농촌 이주자들도 더해졌을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관제 일자리를 보면, 우선 공무원이 1년 사이에 1만7000명 늘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24만 명이나 증가했는데, 보건복지부가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독거노인·장애인돌봄 등 일자리 25만 개를 만든 결과다. 공공부문에서 급조한 ‘알바’와 노인 대상 공공근로 취업자도 수만 명은 될 것이다.

근로시간별로는 전일제가 줄고 시간제가 크게 늘었다. 주당 17시간 미만 근로는 31만 명 증가했다. 세금으로 만든 노인 알바와 공공부문 알바가 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크타임에만 일하는 초단기 알바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려고 15시간 미만으로 쪼갠 일자리가 늘어난 때문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세금 일자리’거나 ‘미니잡’이라는 뜻이다. 18시간 근로자 두 명을 36시간 근로자 한 명으로 간주하는 식으로 계산한 한 분석에 의하면 8만여 명의 취업자 감소다.

결국 농업과 세금 살포로 만든 일자리를 빼고 36시간 이상 일자리로 환산한 비농(非農) 민간 부문 일자리는 20만 개 안팎의 감소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비농 민간 취업자 수가 전 정부에서 매월 평균 4만 명가량 늘었던 것에 비하면 재난 수준이다. 제조업 고용이 15만 명, 노동력의 주축인 30~40대 고용이 24만 명 줄고 20대 구직단념자가 58만 명에 이르며 ‘그냥 쉰’ 사람이 214만 명으로 사상 최대인 것 등이 분칠된 통계로도 드러나는 취업난의 단면들이다.

취업난은 몇몇 주력 산업의 쇠퇴에 일부 기인한다. 기업을 질식시키는 규제와 반(反)기업 정서, 인건비 상승, 강성노조의 득세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했고 지난 5년간 900억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 해외순유출이 일어나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유출된 탓도 있다. 그러나 고용사정이 최근에 급격히 나빠진 것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내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강압적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소주성은 상품에 대한 수요로부터 파생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기본적 사실과 최저임금 대상자가 대부분 영세업체 근로자들이거나 외국인이라는 점을 무시한다. 외국과의 경쟁이 없는 폐쇄경제를 상정한 뒤 임금을 올리면 성장이 된다는 괴이한 논리를 편다. 성장-소득의 인과관계를 뒤바꾼 이런 ‘가짜’ 경제학으로 행한 무책임한 실험은 철저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주성과 함께 공공부문 고용 81만 명 확대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한다. 처음 추진은 무지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실패가 드러난 지금도 집착하는 것을 보면 이념에 맞춰 현실을 비틀어서 보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현 정책방향을 고집하는 한 세금살포로 고용통계 ‘분식’을 해야 할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통계적 분칠이 벗겨지고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 닥칠 것이다. 기업활력 제고, 노동개혁, 규제 철폐를 통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 대전환을 해서 그런 순간이 오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