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사이클 선수인 A씨는 청력 장애로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그의 ‘요행’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면제 얘기를 즐겨 하던 A씨의 ‘입방정’이 사단이었다. A씨의 자랑을 듣던 지인은 그가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국민신문고에 A씨의 사례를 올렸다. 이를 인지한 병무청 특별사복경찰은 즉각 A씨를 조사해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켜 병역을 면제받은 비리 전모를 밝혀냈다.

병무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병역법 위반 피의자 8명과 공모자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중엔 인터넷 TV 게임방송 BJ, 전직 국가대표 선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병원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자전거 경음기 또는 응원용 에어 혼(운동장 등에서 사용하는 나팔의 일종)을 귀에 대고 일정 시간 노출해 청각을 마비시킨 뒤 장애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번 병역 비리는 브로커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브로커 개입이 확인된 것은 2012년 특사경 제도를 도입한 뒤 처음”이라고 말했다. 브로커의 존재는 A씨 심문 과정에서 나왔다. 병무청은 A씨의 스마트폰 등을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활용해 정밀 조사했다. 수사 결과 브로커와 피의자 간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병역면탈 범죄 증거들이 줄줄이 나왔다는 게 병무청의 설명이다.

브로커 B씨도 가짜 청각장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 동호회 회원, 동생 친구 및 지인들에게 알려주면서 수법을 전수했다. 면탈도구를 제공하고, 방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B씨가 받은 돈은 1인당 1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에 달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