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클레이튼 사용자 유입 채널 확보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클레이튼 사용자 유입 채널 확보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가 블록체인 시장 선점을 위해 칼을 뽑았다.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 개발부터 가상화폐(암호화폐) 유통까지 '카카오 진영'에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지난 19일 클레이튼 퍼블릭 테스트넷을 공개했다. 클레이튼은 일반 웹사이트와 동일한 수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갖춰 블록체인 대중화를 목표로 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공개한 테스트넷은 5개월 동안 파트너사들의 개선 제안을 받아 만든 '바오밥 버전'으로 업데이트 시마다 나무 이름을 붙인다. 정식 메인넷 출시는 6월 말로 예정됐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기존 블록체인은 전산 전공자인 자신도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대세라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는 마땅찮았다”며 “진입장벽도 높다. 직접 지갑을 설치하고 긴 주소값을 외워야 하며 프라이빗키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레이튼이 이같은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기업의 요구 사양도 충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듯 손쉽게 지갑 주소와 프라이빗키를 관리할 수 있으며 프라이빗키를 분실해도 지갑이 동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부분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능을 제공하고 기존 서버 기반 서비스들과도 연계할 수 있게 만들어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클레이튼 퍼블릭 테스트넷은 카카오 진영의 국내외 블록체인 시장 공략 신호탄이다. 관계사들의 역량을 동원해 디앱 개발, 메인넷, 사용자 채널 등을 제공키로 했다. 한 대표도 “사용자 유입 채널로 5000만 이용자의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하겠다”며 적극 협업을 예고했다.

클레이튼 파트너사들에 따르면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에 클레이튼 메인넷을 적용,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고 디앱도 연결할 방침. 국내에만 이용자 44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톡을 활용해 블록체인 보급에 나서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이 카카오톡 기반으로 사용자를 급격하게 늘린 전례를 감안하면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가 루니버스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가 루니버스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같은날 카카오 관계사인 두나무도 람다256을 통해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2.0 플랫폼 루니버스를 선보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였던 람다256은 루니버스를 론칭하며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루니버스는 디앱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앱의 경우 개발사가 표준화된 환경에서 보안 시스템, 자동 플랫폼 관리 등 이미 구현된 기능들을 조합할 수 있어 자체 서비스 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앱은 상황이 다르다. 개발자가 블록 생성 구조를 알아야 하고 트랜잭션 성공 여부도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수저부터 직접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루니버스는 이같은 불편을 없애고 디앱 개발자도 자체 서비스 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클레이튼은 우리의 파트너다. 루니버스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디앱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파트너사들과 발맞춰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재선 대표도 “클레이튼은 메인넷이므로 사이드체인 솔루션은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루니버스가 클레이튼 위에서 사이드체인과 BaaS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클레이튼과 루니버스의 유기적 연계를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까지 연결할 수 있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이용자를 확보한 시장이 있으므로 전후방 걱정은 덜고 디앱 개발사들이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이날 클레이튼 파트너스 데이 행사에서 협력사들에게 그라운드X의 비전을 발표하며 “카카오가 다 해먹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순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당분간은 오너십을 갖고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필요하다. 그라운드X가 우선 그 역할을 하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주체로 들어와 함께 거버넌스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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