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중개연구 실전사례 워크숍 ‘LAB2IND’에서 참가자들이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제공
지난달 27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중개연구 실전사례 워크숍 ‘LAB2IND’에서 참가자들이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제공
“연구단계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하는 과정을 잘 모르는 과학자와 바이오 기업인이 많습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신약으로 자랄 수 있는 훌륭한 씨앗을 많이 뿌리는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신약 후보물질 신속한 상용화 위해…임상전략 토론의 장 마련"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사진)은 지난달 26일부터 1박2일간 열린 중개연구 실전사례 워크숍 ‘LAB2IND’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LAB2IND에서 ‘LAB’은 연구실을, ‘IND’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신청서를 뜻한다. 갓 발견한 의약물질을 어떻게 개발해 임상단계까지 발전시킬 것인지 참가자가 직접 계획해보는 자리다.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120여 명의 지원자가 신청했고 이 가운데 50명이 선발됐다. 5명씩 10팀으로 나뉘어 과제를 수행했다. 대부분 35세 이상 박사급 연구자였다.

10팀은 두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연구계획서와 TPP(목표약물특성·개발할 의약품의 특성에 대한 설명서)를 작성 및 발표했다. 과제는 바이오의약품인 면역항암제를 화학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것과 항체약물복합체(ADC)의 독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묵 단장은 “새벽까지 열렬히 토론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성천 연구개발본부장, 김순남 평가관리팀장 등 사업단 관계자 6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대상은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전략을 제시한 팀이 수상했다.

수상팀은 상품으로 현금 대신 외식상품권을 받았다. 묵 단장은 “여러 기관에서 온 젊은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대상 수상팀은 후속 연구를 논의하기 위해 행사가 끝나고 또 모였다”고 했다. 참가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윤엽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신영근 충남대 약대 교수 등 평가위원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어 유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이 행사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묵 단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연구자에게 물고기를 직접 잡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2016년부터 대학 기업 연구소 등이 찾은 초기 단계의 의약 물질이 신속히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그동안 바이오 기업에 물고기를 잡아줬던 셈이다. 현재 다제내성균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등 5개 과제가 진행 중이다.

그는 “연구자 대다수가 의약 물질을 발견한 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구매자는 완성된 제품을 원하는데 판매자는 미완성 부품을 가져가 이것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개발이 덜 된 물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기술이전하려는 바이오 업체가 여전히 많다”고 주장했다.

2016년부터 단장을 맡은 그는 올해 정년 퇴임을 한다. 바이오산업의 최전선에서 발벗고 뛰어온 지난 2년 동안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역할이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묵 단장은 “최근 2년간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금액은 2조원을 넘는다”며 “이 가운데 우리가 임상연구, 기술이전 등을 지원한 파이프라인이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2020년까지 지원 과제 중 3~4건의 기술이전이 추가로 성사돼 누적 기술이전료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