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희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오른쪽)가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장지희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오른쪽)가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지난 15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었다. 세계수면학회는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셋째주 금요일을 수면의 날로 정했다. 수면은 다음날 정상적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지만 최근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3년 38만686명에서 2017년 51만5326명으로 30% 늘었다. 2017년 수면장애 환자 중 수면무호흡 환자는 3만1377명으로, 2013년 2만7019명보다 13.9% 증가했다. 장지희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이 심하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혈압 상승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경미한 수면 무호흡증이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만성 산소 부족 유발하는 수면무호흡

흔히 코골이라고 하면 자면서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떠올린다. 잠잘 때 숨을 쉬며 드나드는 공기로 입천장 안쪽과 주변 연조직 사이가 떨리며 생기는 소리다. 이 과정에서 공기 흐름이 차단되기도 하는데 이를 수면무호흡이라고 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있으면 몸이 만성 산소 부족 상태에 놓인다. 낮에 지나치게 졸린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고 기억력, 집중력, 분별력 등 인지기능도 떨어진다. 자는 동안 무호흡, 저호흡이 반복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빠르게 변하고 이런 고혈압·저산소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혈관이 망가져 관상동맥 질환이나 뇌졸중 등이 생기기 쉽다.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가벼운 무호흡, 저호흡 증상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2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 등 대사성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잠 자는 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 않으면 몸은 저산소 상태에 빠진다. 스트레스 호르몬도 분비된다. 이런 호르몬은 일시적으로 혈액 내 당을 올린다. 증상이 오래되면 당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나이 들수록 환자 증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환자가 증가한다. 여성은 폐경 후 유병률이 크게 늘어난다. 장 교수는 “나이가 들면 기도 주변에 지방 조직이 쌓이고 연구개가 늘어지며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체중도 연관이 있다. 과체중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의 위험인자다. 체중이 늘면 기도, 흉곽 등 주변에 지방이 축적돼 공기 통로가 좁아진다. 기도가 열려 있도록 해주는 신경기전에 변화가 생겨 기도가 쉽게 좁아진다. 흡연과 음주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킨다. 직접 흡연뿐 아니라 간접 흡연도 영향을 준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물질이 기도를 자극해 기도가 좁아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에 술을 마시면 코골이도 심해진다. 기도를 유지하는 근육 긴장도가 떨어져 기도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골이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수술 등을 통해 치료한다. 양압치료기는 기도 속에 공기를 밀어넣어 기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뿐 아니라 중추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조직이 기도를 막고 있으면 수술로 조직을 제거하기도 한다. 치과에서는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내 기도를 넓혀주는 구강 내 장치도 사용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좋다. 장 교수는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하면 코골이는 80% 이상, 호흡장애지수는 50~70% 정도 감소한다”고 했다. 다만 턱관절장애 환자, 광범위한 치아 결손이나 심한 치주염 환자 등은 치료를 활용하기 어렵다. 턱을 앞으로 내밀어 치아에 착용하기 때문에 장치 착용 중 교합변화, 턱관절 장애 등이 생기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수면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면 자세를 변경해보는 것도 좋다. 옆으로 누워 자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똑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연구개나 혀 등의 연조직이 아래로 덜 처지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