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긴장 국면 속 유엔 군축회의서 또 설전

미국과 북한이 19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서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프로그램 중단 문제를 놓고 또 설전을 벌였다.

미국이 기존의 비핵화 주장과 함께 제재 고수 입장을 재확인하자 북한은 또다시 '강도 같은 태도'라고 거칠게 비난하며 단계적 해법을 강조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재개 및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에 맞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대북 압박 메시지를 쏟아내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이 재차 격돌한 것이다.

일림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모든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만이 북한이 안전, 번영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미국은 이날 포블레티 차관보를 통해 다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포블레티 차관보는 "북한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북한과 무기, 군사적 거래를 하는 나라들은 이를 중단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개인, 단체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제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15개월 동안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는데도 전면적 제재가 유지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북미 간의 문제들은 신뢰 구축을 위해 한가지씩(one-by-one) 다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제시했다며 미국 접근 방식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이상한 계산법과 그러한 "강도 같은 태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도 했다.

최선희 부상도 지난 15일 평양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행태를 비난하며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은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 때문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옛 지역구인 캔자스주에서 지역 언론인터뷰를 통해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진짜"라면서도 '선(先) 검증된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슈퍼 매파'로 꼽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대통령은 자신이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실험을 재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강한 경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 관련해서 큰 그림, 상응 조치 관련해서 큰 그림을 갖고 협의하기를 원했는데 북은 영변이라는 것에 한정해서 대화를 풀었기 때문에 결국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