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패스트트랙 반대" vs "패스트트랙으로 신속처리"
유승민 "선거법 관련해 숫자의 횡포로 결집한 적 없다"
4시간 40분 격론에도 결론 못내…"개혁법안 합의 도출시 다시 의총"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문제를 둘러싸고 바른미래당이 20일 두쪽으로 나뉘어 정면충돌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당내 다수인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패스트트랙 강행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을 추인받지 못하면 원내대표를 그만두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반대파 의원들은 '해당행위를 한 김 원내대표를 징계해야 한다'고 맞서 갈등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당 정체성과 이념을 놓고 저출력 마찰음을 낸 당이 패스트트랙 추진을 두고선 고출력 파열음을 내는 셈이다.

갈등 봉합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마저 나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당은 일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의 협상을 지속한 뒤 타결을 보면 다시 의총을 열어 이견을 조율하겠다고 결론 내며 갈등상황을 봉합했으나, 다음 의총에서도 찬반 격돌이 반복되며 평행선을 달릴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는 총 29명의 의원 중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4명과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박주선 의원을 빼고 24명이 참석했다.

바른정당계 좌장으로 그동안 당 회의에 참석하지 않던 유승민 전 대표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손학규 대표와 이준석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 속한 원외 인사들도 함께했다.
'패스트트랙 파열음' 바른미래…의총서 정면충돌
의총은 격론이 이어져 점심도 거른 채 4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우선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에 일치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 또는 선거제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반대파는 나아가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당론 의결이 의무는 아니다"라고 한 김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당론 의결을 거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에게 "선거법은 과거에 다수당 횡포가 심할 때도 숫자의 횡포로 결집"해 처리한 적이 없다며 "21대 국회에서 또 다수 세력이 나타나 자기 당에 유리하게 선거법을 개정하는 길을 처음 터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반대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아무리 좋은 선거법이라도 패스트트랙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의총에 앞서 지상욱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의 진로가 걸린 것이고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생명도 걸린 문제를 당론 의결을 거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중요한 법안, 정책, 사안에 대해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당헌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고육지책으로 할 수도 있지만, 당내에서 합의도 되지 않았는데 임의로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김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국민의당 출신 김중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싫다는 입장"이라며 "당내 의원 절반 정도의 찬성을 갖고 당론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 출신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속히 통과시키자"(이찬열 의원), "선거법과 2개 법안 연계도 가능하다"(주승용 의원), "계속 협상하고 최종안이 나오면 총의를 모아 추진하자"(임재훈 의원) 등 김 원내대표와 지도부를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니 최종안이 나오면 무기명 투표라도 해서 결정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찬성하나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의 연계에 반대한다는 의견, 공수처법 등이 바른미래당 의견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 등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창당 때부터 사사건건 충돌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간의 해묵은 갈등이 패스트트랙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뿌리가 다른 두 세력이 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이번 일이 당장 탈당, 분당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지상욱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을 파괴하고 문제를 야기했으면 나가도 그분들이 나가야 한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올바르게 주장한 사람들이 탈당한다고 소문이 만들어지는 게 의아하다"며 탈당설을 일축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탈당설 운운은 모독이다"(정병국 의원), "탈당설은 없다"(이혜훈 의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