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연구활동 중단' 안내문…쇠로 된 관 녹이 슨 채 쌓여 있어
포항시, 지열발전소 폐쇄, 땅 원상복구 요구…책임론 등 '후폭풍' 예고
[르포] 지진 유발 포항지열발전소 적막…문 닫히고 시추공 가동 멈춰
미세먼지가 '나쁨' 상태를 보인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자리 잡은 포항지열발전소는 인적이 없어 조용했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영일만대로 바로 옆에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고 높게 서 있는 시추공은 가동을 멈췄다.

입구에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의 실증시험 현장이고 과제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과제수행 중지명령에 따라 연구활동이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발전소 내 한쪽에는 시추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쇠로 된 관이 녹이 슨 채 쌓여 있었다.

각종 건설장비는 사용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듯 낡아 보였다.
[르포] 지진 유발 포항지열발전소 적막…문 닫히고 시추공 가동 멈춰
포항지열발전소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난 직후 일부 전문가나 시민으로부터 지진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을 샀다.

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지진 발생 직후에는 지열발전이 포항 지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스지오 측은 "2개 시추공은 지진과 관련이 예상되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된 데다 시추공 설치로 지진이 발생한 예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지열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도 2018년 3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열발전소와 넥스지오를 상대로 낸 발전소 공사 및 운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산업통상자원부 정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항지열발전소에 설치한 제반 설비 가동을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포항 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가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지열발전소는 이제 가동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포항시는 가동 중단을 넘어 폐쇄와 원상복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부분 포항시민은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소 폐쇄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폐쇄에 따른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폐쇄와 원상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관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사업 중단 이후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이달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공지사항을 올려놓았다.

연합뉴스는 넥스지오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르포] 지진 유발 포항지열발전소 적막…문 닫히고 시추공 가동 멈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