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 공시가 4년 연속 올라
지방도 27년 만에 상승세 전환
지방도 상승 대열 동참
일본 국토교통성은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시지가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일본 전국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1.2% 오르면서 4년 연속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가장 큰 특징은 지방의 평균 공시지가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 권역을 제외한 지방의 평균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0.4% 올랐다. 일본 언론들은 2014년 3대 대도시권에서 시작된 지가 상승세가 4대 거점도시(삿포르,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를 거쳐 지방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성은 “전매 목적의 거래가 이어졌던 버블기와 달리 실수요자의 뒷받침으로 지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지가가 하락한 곳도 많아 번화가와 농촌지역 사이의 지가 격차는 전보다 더 확대됐다. 일본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주택지 공시가격이 상승한 곳은 18곳, 상업지 공시가격이 오른 곳은 22곳에 그쳤다. 아직도 전국 평균 공시지가는 1991년 정점의 40% 수준이다. 아사히신문은 “역세권 재개발, 관광객 유무 등에 따른 이극화 현상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권 공시지가는 올해 2.2% 뛰면서 2%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2014년 이후 6년 연속 상승세다. 상승폭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2016년 1.1%를 기록하면서 1%대에 올라선 데 이어 2017년 1.3%, 2018년 1.7%의 상승률을 보였다. 오사카권도 작년 1%대 상승률(1.1%)을 나타낸 데 이어 올해 1.6% 뛰었다. 나고야권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2.1%)은 오사카권을 뛰어넘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3대 대도시권 공시가격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2014년을 전후로 상승 전환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 흐름이 4대 거점도시를 넘어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가 밀어올려
일본 언론들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 역세권 재개발 등 두 가지를 공시지가 상승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실제 공시지가가 급등한 곳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거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편리성이 높아진 역세권이다.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도쿄 아사쿠사역 인근 상업지 공시지가는 34.7% 급등하면서 도쿄권 상승률 1위를 나타냈다. 일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도 도쿄 긴자 상업지역이다. ‘야마노(山野)악기 긴자점’으로 ㎡당 5720만엔(약 5억8141만원)을 나타냈다. 3.3㎡당 19억1865만원이다. 지난해 5550만엔(약 5억6199만원) 대비 3.1% 올라 4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집값 인구 변수만으론 설명 불가능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 일본처럼 국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10년 전 인구 감소 시대에 들어선 일본에선 집값이 일방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순환 사이클을 그리고 있다. 일본 공시지가는 1991년 이후 10여 년간 내리다가 2000년대 중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반등했다. 당시 ‘미니버블’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08년 전후 리먼 쇼크를 맞아 다시 하락 전환했다가 2014년 3대 대도시권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값은 인구뿐 아니라 소득수준, 공급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며 “인구가 줄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의 집값 상승은 거품 경제 시기 일본 집값 상승에 한참 못 미친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의 상승 하강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폭락론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