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를 건설하려면 땅속 깊이 4㎞ 안팎에 달하는 관정 두 개를 뚫어야 한다. 차가운 물을 한 구멍에 집어넣으면 지열로 가열된 증기와 물이 다른 구멍으로 올라오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성한다. 지열발전소를 지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게 지진이다.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지각 깊은 곳을 들쑤셔야 하는 탓에 방향이나 깊이를 잘못 잡으면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을 ‘촉발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진이 날 만큼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가해진 간접적 자극이 지진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지열발전소를 지을 때 지진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땅속 갈라진 틈에 물을 흘려넣는 과정에서 지각이 흔들리는 게 정상이다. 전문가들은 진도 2.0 정도의 지진을 정상 범위로 보고 있다.

송윤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 연구원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어감을 감안해 ‘지진’이란 용어 대신 ‘미소진동’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진도가 높게 나왔을 때다. 관정을 파거나 발전소에 물을 주입하는 단계에서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작업을 멈추는 게 일반적이다.

포항 지열발전소 관정을 통해 주입한 물의 양이 지진을 촉발할 정도였는지도 지진 원인을 둘러싼 논란거리 중 하나다. ‘그렇다’는 결론이 나오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무리하게 지열발전소 건설을 강행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이론을 감안할 때 지진을 불러일으키기엔 모자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자극은 크지 않았지만 포항 지하 지각이 받고 있었던 스트레스가 워낙 커 지진으로 연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포항 일대의 지각이 약해진 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