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음식업 취업, 의미있는 증가"라더니…일용직만 4만명 늘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팩트 체크
2월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 분석
'알바 쪼개기' 탓에 단기만 급증
근로자 54% '한두달짜리'
2월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 분석
'알바 쪼개기' 탓에 단기만 급증
근로자 54% '한두달짜리'
정부가 지난 2월 고용이 개선됐다고 홍보하며 내세운 지표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증가 전환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감소하던 숙박·음식업 취업자가 소폭이나마 증가로 전환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2월 고용동향’에서 숙박·음식업 취업자가 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이를 고용 상황 개선으로 해석한 것이다. 음식·숙박업은 최저임금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다. 취업자가 2017년 6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 지난달 21개월 만에 증가했다.
하지만 세부 데이터를 뜯어보니 이 업종에서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초단기 일용직만 4만 명 이상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알바 쪼개기’로 한 사람이 할 일을 여러 명이 나눠 하는 바람에 일자리가 증가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일자리 질 개선으로 홍보해온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5000명 줄어 ‘숙박·음식업을 시작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알바 쪼개기’로 늘어난 일자리
한국경제신문이 20일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 원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달 숙박·음식업 취업자 중 상용직은 1년 전에 비해 5347명, 임시직은 7766명 감소했다. 반면 일용직은 4만2200명 급증했다. 상용직은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 임시직은 1개월 이상~1년 미만, 일용직은 1개월 미만인 일자리다.
상용직과 임시직은 줄고 일용직만 크게 늘어난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휴수당 부담까지 늘어난 업주들이 알바 쪼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휴수당은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하루치 월급을 더 주는 제도다.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여러 명 고용하는 것을 알바 쪼개기라고 한다. 업주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감소한 만큼 받는 돈이 줄어든다.
숙박·음식업 근로자의 절반 이상(54%)은 일을 시작한 시점이 올해 1~2월이었다. 이 역시 알바 쪼개기로 단시간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 업종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26시간으로 1년 전보다 2시간 줄었다. 근로시간 중위값(근로시간을 긴 것에서 짧은 순으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은 작년 2월 30시간에서 올해 2월 21시간으로 9시간이나 감소했다.
자영업 구조조정 신호탄?
정부와 청와대는 그동안 고용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숙박·음식업에서 상용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의미있는 변화”라는 홍 부총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통계 전문가는 “숙박·음식업에서 취업자가 1000명 증가했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질 나쁜 일자리인 일용직만 늘었기 때문에 결코 의미있는 증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또 다른 고용의 질 개선 근거로 들었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숙박·음식업에서 4만5283명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2만6172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것은 업주가 비용 부담에 종업원을 내보내고 1인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됐다는 것은 경영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어서 이후 폐업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며 “자영업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숙박·음식업을 시작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하지만 세부 데이터를 뜯어보니 이 업종에서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초단기 일용직만 4만 명 이상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알바 쪼개기’로 한 사람이 할 일을 여러 명이 나눠 하는 바람에 일자리가 증가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일자리 질 개선으로 홍보해온 ‘종업원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5000명 줄어 ‘숙박·음식업을 시작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알바 쪼개기’로 늘어난 일자리
한국경제신문이 20일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 원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달 숙박·음식업 취업자 중 상용직은 1년 전에 비해 5347명, 임시직은 7766명 감소했다. 반면 일용직은 4만2200명 급증했다. 상용직은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 임시직은 1개월 이상~1년 미만, 일용직은 1개월 미만인 일자리다.
상용직과 임시직은 줄고 일용직만 크게 늘어난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휴수당 부담까지 늘어난 업주들이 알바 쪼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휴수당은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하루치 월급을 더 주는 제도다.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여러 명 고용하는 것을 알바 쪼개기라고 한다. 업주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감소한 만큼 받는 돈이 줄어든다.
숙박·음식업 근로자의 절반 이상(54%)은 일을 시작한 시점이 올해 1~2월이었다. 이 역시 알바 쪼개기로 단시간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 업종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26시간으로 1년 전보다 2시간 줄었다. 근로시간 중위값(근로시간을 긴 것에서 짧은 순으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은 작년 2월 30시간에서 올해 2월 21시간으로 9시간이나 감소했다.
자영업 구조조정 신호탄?
정부와 청와대는 그동안 고용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숙박·음식업에서 상용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의미있는 변화”라는 홍 부총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통계 전문가는 “숙박·음식업에서 취업자가 1000명 증가했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질 나쁜 일자리인 일용직만 늘었기 때문에 결코 의미있는 증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또 다른 고용의 질 개선 근거로 들었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숙박·음식업에서 4만5283명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2만6172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것은 업주가 비용 부담에 종업원을 내보내고 1인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됐다는 것은 경영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어서 이후 폐업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며 “자영업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숙박·음식업을 시작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