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대림동 도림천 주변에 백발의 노인들이 청소도구를 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구로구청이 주관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인 ‘클린구로깔끔이’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골목길과 하천 주변 등을 월 30시간 청소하고 27만원을 받았다. 이 사업은 혹한기를 피해 매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2월에 시작됐다.

때이른 일자리사업에 노인들 추위 '덜덜'…공공알바는 일 벌여놓고 점검 '나몰라라'
복지부는 노인들의 동절기 소득 공백 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인일자리사업을 조기에 시행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사업이 한 달 먼저 시행되면서 사업 종료 시점도 11월에서 10월로 한 달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2월 소득 공백이 줄어드는 대신 11월에 소득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중장기 고용 전략 없이 당장 눈앞의 불부터 끄자는 ‘조삼모사’식 정책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고용 참사’ 대책으로 내놨던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에 이 같은 정책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들이 앞당겨지면서 연초 고용지표는 개선됐지만, 야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상당수가 추위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호소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혹한기에는 근무 시간을 3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이도록 지침을 바꿨다”며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마스크와 장갑 수량도 예년보다 늘렸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지원자를 모으려다 보니 목표 인원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20일 각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현황’ 자료를 보면 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말 가스안전 순회교육 강사 50명을 모집했지만 채용 인원은 28명에 그쳤다. 한 안전분야 담당자는 “안전분야 강사라는 특수 직무 종사자들을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장 머릿수를 채우려고 무리수를 두다 보니 차질을 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자료입력 등 아르바이트 490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258명채용에 그쳤다. 시간 때우기식 단기 일자리 위주다보니 중도 포기자도 속출했다.

공공 아르바이트 운영 실태에 대한 사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정부 부처 중 교육부 금융위원회 등 5개 정부부처는 사후 점검 여부를 묻는 말에 아예 답하지 않거나 “기획재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일자리 목표를 숫자 위주로 검토했고, 세부 점검은 각 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경제 위기 등으로 공공 일자리를 대거 만들 때마다 사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같은 잘못이 매번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