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규모 5.4)은 인근 지열발전소 공사장이 촉발한 ‘인재(人災)’라는 정부 조사단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90% 공사가 진척된 국내 첫 지열발전소를 해체한 뒤 토지를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이강근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 4㎞ 안팎의 관정을 굴착하고 이곳에 물을 주입하면서 작은 지진이 차례로 발생했으며 결국 대규모 지진을 촉발했다”며 “절대 자연 지진은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포항 지진은 1978년 관측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역대 최대 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었다.

국내 전문가 10명과 해외 전문가 5명, 자문역 2명 등으로 구성된 조사연구단은 작년 3월부터 1년여간 포항 지진의 원인을 정밀 조사했다. 이번 발표는 피해 주민들의 소송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을 상대로 작년 10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피해 배상은 법원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소 주관기업은 중소기업인 넥스지오다. 정부 예산 185억원, 민간투자 206억원 등 391억원을 들여 1.2㎿급 발전 설비를 짓는 프로젝트였다. 지진 발생 후 1년 이상 개발이 중단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