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링 기능 '퓨어썸 샤워기'
블랭크·성일화학 협업 개발
"마케팅이 제품을 살렸다"
블랭크가 퓨어썸 샤워기를 개발한 비결은 국내 제조사인 성일화학과의 협업 에 있다. 블랭크 관계자는 “녹물과 불순물 제거 기능을 강화한 샤워기를 만들기 위해 수십 개의 샤워기 제조사를 만났다”며 “2017년 4월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던 성일화학을 설득해 제품을 시장에 내놓게 됐다”고 전했다. 이 제품은 정수기용으로 쓰이는 필터와 살균작용을 하는 항균볼이 들어 있는 게 특징이다. 수압까지 높아 마사지 효과도 있다. 물을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제품을 만드는 성일화학은 서울 성수동에 330㎡ 규모의 작은 공장을 갖고 있다. 1990년 설립 이후 샤워기 등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왔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일본 업체와 거래하면서 세라믹볼이 장착된 샤워기를 만들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일본 업체가 2016년 판매고에 시달리면서 자체 상품 개발을 고민하던 중 블랭크를 만났다. 성종현 성일화학 대표는 “자체적으로 온라인 유통망 등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며 “블랭크와 협업하면서 20~30대가 좋아하는 디자인에 맞춰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출시 3일 만에 온라인 시장 반응은 뜨거웠고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35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일곱 배 가까이 늘었다. 5명이었던 직원 수도 18명으로 늘었다.
성일화학은 올 하반기 경기 하남시로 공장을 확장 이전한다. 주문량이 늘자 생산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공장 생산라인을 2개에서 5개로 늘릴 계획이다. 염소 제거 기능과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강화한 후속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성 대표는 “필터링 기능이 있는 기능성 샤워기는 원래 있었지만 블랭크가 전략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시장이 커졌다”며 “블랭크가 진출한 대만과 홍콩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