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정을 연기할지 결정할 EU 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했다. EU는 연기안을 논의하기 위해선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하원이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선 브렉시트 연기가 아니라 3월 29일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는 정상회의 개막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하원에서 먼저 통과시켜야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합의안을 통과시키든지 아니면 그대로 오는 29일 노딜 브렉시트를 하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BBC 등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하원이 신속히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면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짧은 기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지친 국민들이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원을 압박했다. 그는 “국민은 브렉시트 과정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제는 하원 의원들이 결정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영국 하원은 메이 총리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한 비난의 화살을 의원들에게 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한 의원은 메이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당초 합의안을 지지하는 쪽이었던 리사 낸디 노동당 의원은 “(이 성명 탓에) 정부의 합의안에 대한 지지율이 되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의원들을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도 합의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정부는 25일 3차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똑같은 합의안을 다시 상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종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면서 EU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 합의안을 25일까지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