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 정보 전달 체계의 토대는 역참(驛站)이다. 한국과 일본은 기차가 섰다 출발하는 곳을 역(驛), 중국은 참(站)으로 표기한다. 모두 본래의 ‘역참’에서 비롯한 말이다. 이는 옛 동양사회 통신의 축선이자 혈맥이었다.

역과 비슷한 뜻으로 쓰는 글자가 우(郵), 전(傳), 치(置)다. 대개 시설을 지칭한다. 공무로 오가는 관리와 필요한 문서가 거치는 장소다. 교통 편의를 위해 말(馬)을 준비해 두고 숙박도 가능했다. 그곳을 오가는 말이 역마(驛馬), 사람이 묵는 장소가 역관(驛館) 또는 역참(驛站), 그곳에서 일하는 관리가 역리(驛吏)다.

우(郵)도 마찬가지다. 역과 같은 기능이다. 그래서 둘을 합쳐 우역(郵驛)이라고도 불렀다. 단지 앞의 우(郵)는 말이 아니라 도보로 문서를 전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북송(北宋) 때는 그런 사람을 체부(遞夫)라고 했다. 우체(郵遞)는 그 둘의 합성이다.

‘역전(驛傳) 마라톤’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전(傳)은 역(驛)과 달리 공무 때문에 오가는 관리들에게 제공하는 마차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둘 모두 역과 역을 오가는 문서 전달 행위로 자리잡았다. 치우(置郵)도 그와 마찬가지 단어다.

파발(擺撥)은 조선 시대 둔 역참 중에서 ‘특급’에 속한다. 아주 급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설치한 역참의 하나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고속열차에 해당하는 정보 전달 시스템이다.

‘소식’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 중 하나가 신(信)이다. 이제는 소식과 정보 등의 뜻으로 자리잡아 통신(通信), 전신(電信), 신식(信息) 등의 단어로 등장한다. 그러나 원래 이 글자는 ‘소식과 정보 등을 전하는 사람’의 뜻이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우체부(郵遞夫) 또는 전령(傳令)이다.

따라서 서신(書信)이라고 하면 요즘은 그냥 ‘편지’를 가리키지만, 원래는 그 편지를 전달하는 사람을 지칭했다. 꽃 소식을 한자로는 화신(花信)이라고 적는다. 신(信)이라는 글자의 원래 의미를 새기면 이 단어 역시 ‘꽃 배달부’, 나아가 ‘봄의 전령’으로 슬쩍 풀어볼 수도 있겠다. 어느덧 그를 기다리며 마음 설레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