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경제현안 보고’를 받으면서 현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 평가를 되풀이했다. 그제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올해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다”고 말했던 것과 같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언급은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지표와 기업들에 대한 경보음을 잇달아 울리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해소하겠다”던 양극화는 오히려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 실상 오진(誤診)’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엔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고, 연말에는 “거시경제 지표는 견고하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말해 경영위기를 호소하던 기업인들을 당혹케 했다. 일부 지표를 확대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용의 양과 질 모두 개선되고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비유할 수 있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처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경제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정확한 인식이 중요한 이유다.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경기 후퇴를 경고하는 신호가 잇따르면서 주요국 정부와 기업들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고삐까지 죄는 마당이다.

대통령이 ‘경제정책 원톱이자 컨트롤타워’로 여러 차례 신임을 확인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런 홍 부총리가 대통령의 정확한 경제상황 판단을 위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번 현안 보고에서도 다수 전문가가 ‘설 명절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1월 생산·소비·투자 증가, 2월 취업자 증가 등의 지표를 제시했고, 이에 대통령이 경기 개선 기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 100일을 넘긴 ‘홍남기호(號)’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기재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지 못하는 경제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