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사업은 2010년 산업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시작됐다. 2012년 착공해 90%가량 공사가 진행됐다. 물을 주입하는 등 시험 발전에 들어간 건 2016년 6월이다. 연구단 발표로 국내 지열발전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됐다. 정부 예산(185억원)을 포함한 민·관 공사비 391억원이 매몰되는 것은 물론 향후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손해배상 및 복구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지열발전소는 시작 단계부터 논란이 됐다. 화산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지열을 활용하려면 암반을 깊게 뚫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 지열발전을 적극 활용하는 곳은 화산 활동이 활발한 인도네시아나 사막지대인 미국 리노 등에 국한돼 있다. 더군다나 포항은 활성단층 지역이다.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산업부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당시 담당 부서(자원개발국)를 중심으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국장 이상 고위급은 대부분 퇴직했으나 과장(팀장)급은 남아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열발전 허가 당시 적정한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해외 자원외교 관련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내부 감찰이 시작돼서다. 한 직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자원개발을 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연구했을 뿐인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