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우리가 책임 물을 것…관으로 돌아갈 것" 극언
뉴질랜드, 외무 '급파'…호주, 대사 불러 따지고 강력대응 천명



50명의 사망자를 부른 뉴질랜드 내 이슬람 사원 공격이 그동안 별문제가 없었던 터키와 뉴질랜드, 터키와 호주 관계에 심각한 외교갈등을 부르는 쪽으로 불똥이 튀었다.

오는 31일 지방선거를 앞둔 터키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보이자, 뉴질랜드와 호주가 참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근 한 일련의 발언들에 대해 터키 측 입장을 직접 들어보겠다며 윈스턴 피터스 외무장관 겸 부총리를 터키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피터스 장관이 터키로 가서 "직접 만나보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과 dpa통신이 보도했다.

최악의 참사를 수습하느라 분주한 아던 총리는 그러나 터키와의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듯 초강경 자세인 호주와 달리 어조는 누그러트린 모습이었다.

아던 총리는 이번 테러가 터키에서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데 충격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는 (터키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거나 악화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진의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질랜드는 지난 18일에도 터키 정치권이 이번 테러를 악용한다며 우려를 표시했고, 피터스 장관은 자국을 방문한 터키 부통령에게 이런 뜻을 직접 전달했다.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두 곳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 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운동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구설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건 이후 최근 수일간의 집회에서 호주 국적의 뉴질랜드 테러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의 편집본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등 서방에 '이슬람혐오'(Islamophobia)가 만연하다고 맹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뉴질랜드 당국이 태런트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터키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호주군과 뉴질랜드군 1만명 이상이 몰사한 1915년 터키 갈리폴리 전투를 언급하면서 반무슬림 정서를 품고 터키에 오는 호주인과 뉴질랜드인은 선조들처럼 '관에 담겨'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해마다 갈리폴리 전투가 일어난 4월 25일이 되면 수천 명의 뉴질랜드인과 호주인들은 터키 현지를 찾아 추모 행사를 벌이고 있다.

호주 정부도 현재와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무모하고 악의적"이라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20일 호주 주재 터키대사를 불러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자국민들에게는 갈리폴리 추모 행사 참가를 재고하도록 요구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모든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터키 정부는 확전을 피하려는 듯 발언 철회는 아니어도 진의가 왜곡 전달됐다는 식으로 해명에 나섰다.

터키 대통령실 언론청의 파흐렛틴 알툰 청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말이 불행하게도 전후 맥락이 무시된 채 인용됐다"고 소셜미디어 계정에 썼다.

에르도안 발언의 번역본도 함께 제공했다.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도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으나 통화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