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살해뒤 둘째 아들 만난 '비상식적' 행동 설명 안돼
부모시신 분리유기ㆍ범행 동기ㆍ훔친돈 5억행방 '오리무중'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다 불법 주식거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이희진(33·수감 중) 씨 부모 피살사건의 주범격 피의자가 구속됐지만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의문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까면 깔수록 의문투성이…'이희진 부모살해 사건' 진실은 뭔가?
특히 수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경찰이 맞춰야 할 퍼즐조각은 더 늘어났다.

모두 4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에서 주범격인 김모(34)씨만 유일하게 검거된 상황이어서 사건의 전말을 그의 진술 하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여서 그렇다.

또한 김 씨가 불리한 대목에선 진술을 거부하거나 신빙성이 낮은 진술만 거듭하고 있는 점도 이번 사건의 미스터리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0일 경찰조사를 통해 김 씨와 이희진씨의 동생이 피살사건 이후에 만났다는 사실은 일반의 상식을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는 범행후 피살된 이씨 어머니인척하며 이씨 동생에게 카톡문자를 보내 만나자고 했다는 것자체가 '픽션'처럼 느껴진다.

경찰은 김 씨가 이 씨의 동생을 상대로 추가 범행을 하려고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 동생이 슈퍼카를 처분해 보관중인 10억 이상의 거액을 노렸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떻게 마무리됐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하나도 없다.

더욱이 김 씨 측은 이 씨의 동생을 만난 이유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씨의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김 씨가 이 씨의 동생에게 부모를 살해한 사실을 털어놓고 사죄하려고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를 살해했다고 면전에서 '고백'하는 사람을 가만히 놔둘 자식이 상식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김씨가 자신에 가해질 신변위협을 감수하고 자진해서 만남을 추진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애초부터 제기됐던 의문점도 여전히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선 숨진 이 씨의 아버지는 경기도 평택의 한 창고에서, 이 씨의 어머니는 안양 자택에서 각각 발견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김 씨가 이 씨의 아버지 시신을 평택으로 옮길 때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굳이 냉장고에 넣어 이삿짐센터 직원들을 불러 옮긴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통상적인 살인 사건의 경우 범죄자는 자신의 범행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제삼자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힘을 쏟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이삿짐센터 직원들 말고도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물만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중국 동포 공범 3명 ▲이삿짐센터 직원들 ▲공범들이 사건 현장에서 벗어난 뒤 뒷수습을 위해 김씨가 부른 한국인 2명 ▲ 김 씨가 이 씨 아버지의 벤츠 차량을 훔칠 때 부른 대리기사 등 무려 10명에 가깝다.

애초 김 씨가 이 씨의 부모와 어떻게 알게 됐는지, 왜 이 씨의 부모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는지 등 범행동기와 관련한 부분에도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혀있다.

김 씨 일당이 이 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빼앗은 5억원의 행방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할 당시 김 씨 수중에는 1천800여만원만 있었고 나머지 돈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다.
까면 깔수록 의문투성이…'이희진 부모살해 사건' 진실은 뭔가?
김 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이 씨의 아버지에게 2천만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해서 그랬다", 빼앗은 돈이 어딨는지에 대해서는 "일부는 공범들이 가져갔고 일부는 내가 여기저기 썼다"고 말했다.

시신을 1구만 옮긴 이유 등 나머지 의문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간 수집한 여러 증거를 토대로 김 씨를 추궁하고 내주 검찰 송치 전까지 수사를 이어가 그동안 제기된 의문들을 모두 풀어낸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가족의 돈을 노린 강도살인이라는 게 이 사건의 큰 틀로 일부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지만 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